장애인 법원문턱도 높다

장애인 법원문턱도 높다

이상록 기자 기자
입력 2000-01-11 00:00
수정 2000-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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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에 대한 사법부의 문턱이 높다.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형식적으로 설치돼 있거나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은 법앞에 평등하다는 사법적 정의는 그만두고라도 사법기관에 대한 접근이 원천적으로 봉쇄되고 있는 것이다.법원은 ‘장애인 노인 임산부등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난해 말 8,500여만원을 들여 휠체어 리프트와 점자표시판,점형블록 등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했다.

지난 6일 오후 휠체어를 타고 법원을 찾은 권오익(權五益·42)씨는 청사 밖 계단 앞에 멈춰섰다.장애인을 위한 경사로가 설치돼 있지 않았기 때문.행인들의 도움으로 겨우 계단 위로 올라왔지만 자동문과 같은 장애인을 위한 출입구는 찾아 볼 수 없었다.

간신히 건물 안에 들어온 권씨는 4층 형사법정에 가기 위해 계단에 설치된휠체어 리프트로 다가갔다.권씨는 리프트를 조작할 수 있는 직원의 도움을요청했지만 직원은 30분이 지나서야 나타났다.그나마 리프트의 턱이 높아 혼자 올라갈 수도 없었으며 계단을 오르는 동안에는 다른 민원인들은 모두 멈춰서야 했다.리프트가 설치된 계단의 폭이 너무 좁았기 때문이다.리프트를타고 4층까지 올라가는 시간도 30분이 넘게 걸렸다.

장애인 화장실은 평소에는 창고로 쓰이는 듯 청소도구와 쓰레기통이 잔뜩쌓여 있었으며 잠금장치가 없어 문을 잠글 수도 없었다.공중전화기,음료수자판기도 권씨의 ‘눈높이’와 맞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같은 날 법원을 찾은 시각장애인 김모씨(37)도 법원 출입문 앞에서부터 헤맸다.방향을 안내해주는 ‘선형유도블록’이 갑자기 없어졌기 때문이다.청사 안에도 ‘점형블록’(계단이나 출입구,장애물 앞에 설치된 경고형 블록)만설치돼 있을 뿐 이와 연결된 선형 블록이 없어 ‘무용지물’이었다.

김씨는 또 계단손잡이에 설치된 ‘점자안내판’대로 움직이다가 계단 아래로 떨어질 뻔했다.위·아래로 돼 있어야 할 방향표시가 좌우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건물 구조상 달리 리프트를 설치할 공간이 없었다”면서 “다른 편의시설도 장애인들이 이용하는데 불편이 있다면고치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한국맹인복지연합회 서울시맹인복지회관 박복남(朴福男·28·여) 연구원은“검찰과 법원은 다른 공공기관과 달리 장애인들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오가는 곳이 아니라 법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꼭 가야 하는 곳”이라면서 “안내 데스크나 민원창구 등 주요 시설물까지 장애인이 혼자 갈수 있는 편의시설 설치는 필수”라고 말했다.그는 또 “장애인이나 관련단체의 자문을 얻어 편의시설을 설치했다면 예산만 낭비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며전시행정이라는 비난도 듣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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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록기자 myzodan@
2000-01-1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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