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매일 신춘문예 당선] 심사평

[대한매일 신춘문예 당선] 심사평

이근배 기자 기자
입력 2000-01-03 00:00
수정 2000-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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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기를 접고 시간은 흘렀다.‘꿈의 21세기’벽두를 화려하게 장식한 ‘새 얼굴’을 발굴해내는 자리는 용호상박(龍虎相搏)의 격전장을 방불케 했다.

응모작 수준이 상향 평준화를 이루어 그 어느 때 보다 각축이 치열한 가운데 1차 관문을 통과한 작품은 무려 아홉편이나 되었다.

다른 매체와 ‘겹치기 투고’작품을 논의의 대상에서 제외한 다음 ‘초당기행’(곽지원),‘만년설 1’(이운정),‘다운동 고분’(임석),‘길’(신수현)등 네편을 놓고 당락을 결정하게 되었다.

‘만년설 1’은 은유의 문법 속에 시대정신을 가미했지만 속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지는 못했다.상징과 은유가 때로는 겉돌며,발상법이 기발하지만 그 재기가 경이로움을 이끌어내지 못했다.‘초당기행’과 ‘다운동 고분’은 고전과 현대의 뒤섞임이라고 할까.옛스러운 것과 새로운 것이 절묘하게 버무려져 있었다.복고 스타일과 첨단 스타일,발랄한 감성과 비판적 시각이서로 뒤섞여 시적 긴장미를 연출해냈다.그러나 뼈대있는 메시지와 서정성 곁들인 힘찬 목소리가 서로 행복한 악수를 해야 하는데,그것이 그만 설득력을지니지 못해 언어 유희로 흐르고 말았다.

당선작 ‘길’은 언어 조탁 능력이 탁월했다.톡톡 튀는 맛은 없었으나 결코서두는 기색을 보이지 않으면서 끈적거리는 점액질(粘液質)같은,언어의 찰기와 흡인력을 거느리고 있었다.‘겨울나무에게’‘겨울 한계령에서’ 등 당선자가 접수한 일련의 작품 곳곳에 녹아있는 그 ‘풋풋한 감성’을 검출해내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숱한 굴절과 신산의 지난 세기를 넘어 새 천년을 펼치는 오늘 ‘길’을 만나게 된 것도 행복이라면 그지없이 오롯한 행복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근배·윤금초
2000-01-0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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