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시론] ‘시민권의 사회’ 를 향하여

[대한시론] ‘시민권의 사회’ 를 향하여

성유보 기자 기자
입력 1999-12-04 00:00
수정 1999-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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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밀레니엄의 세기라고 말하는 2000년대의 도래가 한달도 채 남지 않았다.

이같은 시점에서 우리는 우리 사회가 어떤 의미로 이 새 천년을 해석하고 있는가를 한번 새겨볼 필요가 있다.뉴밀레니엄을 언급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일반적으로 이 용어를 씀에 있어 일종의 막연한 낙관적 기대,심지어는 무슨인류의 새로운 ‘복음’과 같은 환상을 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태양은 날마다 떠오르지만,인간은 스스로 설정한 달력·연력에 바탕해 새해를 정하고,누구나 새해 초를 새로운 희망과 각오로 맞이하곤 한다.그 한해의 희망이,한해의 다짐과 각오가 설사 별 볼일 없이 끝난다 하더라도 새로운한해를 맞으면 또다시 한번쯤 새로운 각오를 해보는 것은 ‘인지상정’이라아니할 수 없다.이러한 연도개념에서 볼 때 10년 단위,100년 단위는 누구에게나 더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게 마련이다.100년대 단위 정도가 아니라 1,000년대 단위의 새로운 출발점에 서게 되는 설렘이야 항차 설명해 무엇하겠는가? 그러나 인류문명의 발전은 세월이 저절로 가져다주는게 아니다.문명이 정체할 때는 한없는 세월도 어제가 오늘같고 내일도 오늘같이 흘러갈 뿐이다.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 민족사에서 보더라도 조선조 500년의 역사보다 최근 50년 우리사회가 훨씬 더 역동적으로 변화하였다.우리의 현대사에서 우리 사회를 급격히 탈바꿈시킨 변화의 축이 어디에서 비롯하였는가를 곰곰이 새겨보아야 한다.불행히 근세 100년에서 오늘날까지 이 ‘변화의 축’은 우리 민족 스스로에게서 비롯된 게 아니고 주로 외세에 의한 것이었고,타율적인 것이었다.조선조 500년이 상징하는 ‘정체성의 문화’가 외세의 근대문명이 상징하는 ‘변화의 문화’에 짓눌리고 밀려나간 이 한국근세사는 요약컨데 민족사적으로 ‘수동의 시대’요 ‘수난의 시대’였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이같은 타율의 역사이자,‘수동의 역사’일 수밖에 없었던 근본원인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 것인가? 그것은 우리의 중세문명의 강고한 봉건성에서 찾아볼 수밖에 없다.조선 500년은 절대왕권과 유교적 관료주의가 민중 위에 철저히 군림한 전제주의 문명이었다.절대다수의민중은 명령에 길들여지고 관료들의 착취를 운명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이러한 문명 속에선 창의와 변화와 발전이 기대될 수 없으며 결국 조선을 ‘깊은 잠에 빠져든 고요한나라’로 만들었을 뿐이다.

과학문명으로 상징되는 근·현대 문명은 이런 우리 민족사와 관계없이 산업혁명·교통혁명·통신혁명 등을 통해 세계를 점점 더 좁게 만들어왔고,2000년대는 앞으로 세계를 한 나라처럼 오가게 만들 것이다.세계국가,그것은 더이상 공상이 아니라 인류문명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 2000년대의 예고되는 문명사적 대변화가 우리에게 ‘복음’으로 다가올것인가,‘재앙’으로 다가올 것인가 하는 것은 우리민족이 근대 100년사에서 보였듯이,문명사적 변화를 수동적·타율적으로 받아들일 것인가,능동적·주도적으로 받아들일 것인가에 달려있다.우리가 이 변화의 세계에서 변화를 능동적·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려 한다면,무엇보다 먼저 갖추어야 할 전제조건이 있다.즉,우리사회 내부에서 낡은 봉건주의·전제주의의 잔재들을 청소하고 우리 사회를 진정한‘시민사회’로 만들어나가야만 하는 것이다.‘시민사회’는 단지 그 국민들에게 무슨 훈장을 주듯 ‘시민’이라는 칭호를 부여해서 형성되는 사회가 아니라 그 구성원 개개인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시민적 권리’를 보장하고,그 어떠한 권력도 시민의 신성한 권리를 자의적으로 침해하거나 유린할 수 없는 사회를 뜻하는 것이다.

‘시민사회’는 바로 ‘시민권의 사회’이며,‘시민권’이 확고히 보장된사회라야만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주체적이고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문명활동을 할수 있을 것이고,바로 그 힘들이 모였을 때 뉴 밀레니엄의 세계적 문명변화를 우리사회가 능동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우리의 시민운동,그것은 우리사회를 ‘시민권의 사회’로 발돋움하게 하는 운동이며,이러한의미에서 우리의 진정한 시민운동은 21세기가 그 본격적인 출발점일지 모른다.

[成裕普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이사장]
1999-12-0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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