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굄돌] 커지는 간판

[굄돌] 커지는 간판

정혜란 기자 기자
입력 1999-11-06 00:00
수정 1999-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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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서면 금방이라도 단풍잎 하나가 머리 위로 내려 앉을 것만 같다.멀리 여행을 떠나지는 못하지만 동네 가로수 길을 걷노라면 어느새 가을 정취에 푹 빠지게 된다.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눈에 거슬리는 게 있다.

‘커져가는 간판’.마치 무거운 짐을 머리에 얹은 듯 가게들은 앞다투어 길고 큰 간판을 달고 있다.가게 위에도 옆에도 그것도 모자라 현수막과 입간판 까지 점점 커지고 있다.음식점이나 유흥업소만의 문제가 아니다.이제는 업종 구별없이 병원,옷가게,교회,약국,서점 등 모두 큰 간판달기 경쟁이라도벌이는 듯하다.

특색이 없고 획일화된 간판들은 모양새 없이 크기만 하고 씌어진 글자는 온통 원색에 가까운 자극적인 것 일색이다.눈을 들어 건물 옥상을 보아도 한두개의 교회 첨탑이 예외 없이 설치되어 있고,그곳에는 역시 광고글자가 붙어있다.

지나가는 사람의 눈길을 끌기 위해 시작된 큰 간판 달기는 시간이 지남에따라 더욱 가속화되면서 흉물스런 주변환경을 만들어 놓았다.이런 건물이라면 어느 건축주가 공을 들여 자신의 건물을 아름답게 만들려 할 것인가.곧간판으로 뒤범벅이 되버릴 텐데….소음이 심한 도로주변에는 방음벽을 세워주민의 귀를 보호해주지만,어지럽고 무절제한 풍경을 봐야하는 주민의 눈은무엇으로 보호해 줄 수 있을까.

‘작은 간판을 달자’ 작고 아름답게 매력적으로 꾸며진 간판이 조금씩 늘어나면 건물은 비로소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고 옆건물과의 조화를 이루며,앞의 가로수와 그 아래를 걷는 사람들과도 함께 숨쉴 수 있을 것이다.하나의간판을 달면서도 전체 건물과 옆가게 그리고 그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마음들이 하나 둘 늘어났으면 좋겠다.그 작은 간판 앞에서 사람들은보다 큰 행복을 느낄 것이다.

[정혜란 서양화가]
1999-11-0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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