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도 비싸고 스쿨버스 요금도 비싸고 구내식당 음식값도 비싸고….비싼 것 투성이라는 학생들의 항의와 푸념이 벽보로 나붙은 한 대학 캠퍼스 게시판 아래를 지나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그럼 싸다고 생각하는 건 어떤 걸까?” 나는 버릇처럼 이 질문을 학생들한테 던져본다.학생들은 그게 “비싼등록금 내고 다니면서 왜 그 모양으로 강의를 듣고 있느냐?”라고 추궁하는뜻인줄 알고 지레 주눅이 들었다가 모기소리만하게 “뻥과자요”“껌이요”식으로 대답하고는 까르르 웃어댄다.
나는 오래도록 우리나라에서 가장 값이 싼 것이 목욕비와 책값이라는 견해를펼쳐왔다. 곧 물부족 현상이 심각해질 거라는 과학적인 예측이 대두되고 있음에도,삼천원의 돈으로 텔레비전을 보며 쉴 수도 있고 한나절 동안 잠을 늘어지게 잘 수도 있고 식수도 마음껏 마시면서 수십번씩 샤워를 해도 그 누가시비 걸지 않는 그곳이 바로 대중목욕탕이다.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이상으로싼 게 없을 성싶다.
한편으로 내가 책값 또한 가장 싼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값이 비싸서 책을안 산다는 사람이 우리나라에 너무 많은 까닭에서다.게다가 그들은 웬만한 책값에 해당되는 커피값이나 맥주값이나 액세서리값을 아까워하지 않고지불하는 사람들이다.그뿐인가.그들은 그 싼 돈을 내고 어쩌가 한 권의 책을사서는 그 값의 수백배 되는 지식이나 재미나 감동을 얻으려 한다.
최근에 나는 한 원로시인의 강연을 들으면서 값싼 것에 대한 내 생각을 재정비하게 되었다.그 시인은 자랄 때 시집을 무척 많이 읽었는데 그 이유가조금밖에 안 읽고도 무한한 생각을 품을 수 있는 것이 시집이었기 때문이라는 얘기였다.시 한 편 읽고서 여러 권의 책과 몇 년의 경험을 읽거나 겪은이상의 생각을 얻을 수 있다고 보면,요즘 오천원 정도 가격인 좋은 시집 한권의 가치는 엄청난 것이 아닐까.
[박덕규.소설가.협성대 문창과 교수]
나는 오래도록 우리나라에서 가장 값이 싼 것이 목욕비와 책값이라는 견해를펼쳐왔다. 곧 물부족 현상이 심각해질 거라는 과학적인 예측이 대두되고 있음에도,삼천원의 돈으로 텔레비전을 보며 쉴 수도 있고 한나절 동안 잠을 늘어지게 잘 수도 있고 식수도 마음껏 마시면서 수십번씩 샤워를 해도 그 누가시비 걸지 않는 그곳이 바로 대중목욕탕이다.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이상으로싼 게 없을 성싶다.
한편으로 내가 책값 또한 가장 싼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값이 비싸서 책을안 산다는 사람이 우리나라에 너무 많은 까닭에서다.게다가 그들은 웬만한 책값에 해당되는 커피값이나 맥주값이나 액세서리값을 아까워하지 않고지불하는 사람들이다.그뿐인가.그들은 그 싼 돈을 내고 어쩌가 한 권의 책을사서는 그 값의 수백배 되는 지식이나 재미나 감동을 얻으려 한다.
최근에 나는 한 원로시인의 강연을 들으면서 값싼 것에 대한 내 생각을 재정비하게 되었다.그 시인은 자랄 때 시집을 무척 많이 읽었는데 그 이유가조금밖에 안 읽고도 무한한 생각을 품을 수 있는 것이 시집이었기 때문이라는 얘기였다.시 한 편 읽고서 여러 권의 책과 몇 년의 경험을 읽거나 겪은이상의 생각을 얻을 수 있다고 보면,요즘 오천원 정도 가격인 좋은 시집 한권의 가치는 엄청난 것이 아닐까.
[박덕규.소설가.협성대 문창과 교수]
1999-10-0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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