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에서 반일 민족감정을 자극하는 보도는 우리나라 언론이 가장 안심하고 ‘장사’할 수 있는 아이템 중의 하나이다.각 신문들이 거의 보름동안 재일동포 무기수 권희로(김희로)씨 석방과 입국에 관한 소식으로 사회면을 도배하다시피 한 것도 그 때문이다.
독자들은 한일 양국간에 권씨의 석방이 이루어지게 된 배경이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권씨가 무슨 옷과 신발을 신고,몇시 몇분에 어떤 비행기를 타고 입국할 것이며,비행기 안에서는 무엇을 먹게 되는지 따위의 소식에 압도당했다.또 권씨가 묵을 호텔과 국내에서 지낼 아파트 주소,귀국후의상세한 일정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것을 자상하게 알려주었다.그래놓고는일본 야쿠자들의 테러위협을 부풀리면서 권씨의 안전을 걱정했다.
‘민족감정’을 상업적으로 이용한 편집은 중앙일보에서 두드러졌다.이 신문의 8월27일자에는 한복 두루마기를 입고 당당히 서있는 권희로씨의 전신사진을 싣고 지면 윗쪽에는 ‘(김희로씨) 일본 용서’,아래쪽에는 ‘일(日)선 보복’이라는 제목의 상자기사를배치했다.
다음날에는 또 대비 편집 기법을 사용하여 ‘김희로씨 맞는 두 여심’이라며 위쪽에는 ‘설레는 여인’,아래쪽에는 ‘눈물짓는 여인’이란 제목으로그를 뒷바라지하게 될 사람과 과거 그와 옥중결혼을 했다가 소식이 끊긴 사람을 소개하는 등 여성지를 방불케했다.대대적인 화제거리로 키울 인물에게문제가 있어선 곤란하다.이미 시시콜콜한 것까지 보도되면서 권씨는 충분히미화되었다.그는 ‘재일한국인 차별에 항거한 투사’로 표현되고,영웅처럼묘사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 언론들은 자가당착에 빠지게 된다.권씨가 미화될 경우의 위험성에 눈을 뜨게 되었다고나 할까.입국이 임박해지면서 과열보도 경계론이 대두되고 방송사의 생중계가 취소된 것은 단지 한일관계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서가 아니었다.권희로씨가 화제가 될수록 ‘(차별 고발이라는)목적이 (살인,인질극이란) 수단을 합리화한다’는 당혹스런 결론에 부딪치게 되는 것이다.이때부터 각 신문들은 ‘권씨를 조용히 맞자’,‘권씨 미화,상업적 이용말아야’라는 사설과 기고를 게재하면서 발을 빼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후로도 언론들은 권씨 귀국일정을 대서특필했다.행동으로는 권씨에 대한 상업화를 실컷 부추겨놓고,말로는 점잖게 그러면 안된다고 한 셈이다.한동안 호들갑을 떨고 난 뒤 우리언론은 그 여느 사안처럼 권씨를 아마도 깨끗이 잊어버릴 것이다.
독자들은 한일 양국간에 권씨의 석방이 이루어지게 된 배경이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권씨가 무슨 옷과 신발을 신고,몇시 몇분에 어떤 비행기를 타고 입국할 것이며,비행기 안에서는 무엇을 먹게 되는지 따위의 소식에 압도당했다.또 권씨가 묵을 호텔과 국내에서 지낼 아파트 주소,귀국후의상세한 일정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것을 자상하게 알려주었다.그래놓고는일본 야쿠자들의 테러위협을 부풀리면서 권씨의 안전을 걱정했다.
‘민족감정’을 상업적으로 이용한 편집은 중앙일보에서 두드러졌다.이 신문의 8월27일자에는 한복 두루마기를 입고 당당히 서있는 권희로씨의 전신사진을 싣고 지면 윗쪽에는 ‘(김희로씨) 일본 용서’,아래쪽에는 ‘일(日)선 보복’이라는 제목의 상자기사를배치했다.
다음날에는 또 대비 편집 기법을 사용하여 ‘김희로씨 맞는 두 여심’이라며 위쪽에는 ‘설레는 여인’,아래쪽에는 ‘눈물짓는 여인’이란 제목으로그를 뒷바라지하게 될 사람과 과거 그와 옥중결혼을 했다가 소식이 끊긴 사람을 소개하는 등 여성지를 방불케했다.대대적인 화제거리로 키울 인물에게문제가 있어선 곤란하다.이미 시시콜콜한 것까지 보도되면서 권씨는 충분히미화되었다.그는 ‘재일한국인 차별에 항거한 투사’로 표현되고,영웅처럼묘사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 언론들은 자가당착에 빠지게 된다.권씨가 미화될 경우의 위험성에 눈을 뜨게 되었다고나 할까.입국이 임박해지면서 과열보도 경계론이 대두되고 방송사의 생중계가 취소된 것은 단지 한일관계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서가 아니었다.권희로씨가 화제가 될수록 ‘(차별 고발이라는)목적이 (살인,인질극이란) 수단을 합리화한다’는 당혹스런 결론에 부딪치게 되는 것이다.이때부터 각 신문들은 ‘권씨를 조용히 맞자’,‘권씨 미화,상업적 이용말아야’라는 사설과 기고를 게재하면서 발을 빼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후로도 언론들은 권씨 귀국일정을 대서특필했다.행동으로는 권씨에 대한 상업화를 실컷 부추겨놓고,말로는 점잖게 그러면 안된다고 한 셈이다.한동안 호들갑을 떨고 난 뒤 우리언론은 그 여느 사안처럼 권씨를 아마도 깨끗이 잊어버릴 것이다.
1999-09-1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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