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광장] 盜聽은 수사의 正道 아니다

[대한광장] 盜聽은 수사의 正道 아니다

김무곤 기자 기자
입력 1999-09-15 00:00
수정 1999-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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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직장에서 일할 시간인 낮에도 서울시내 교통이 언제나 혼잡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우스개퀴즈가 있다.정답은 많은 시민들이 전화도청을 피해 직접 만나 이야기하려고 차를 몰고 밖으로 나오기 때문이란 것이다.처음 들었을 때는 모두들 큰소리로 웃지만 웃음소리의 여운이 사라질 때쯤 우리의 어깨를 짓누르는 것은 불안감과 불쾌감이다.

전화,팩시밀리,E메일에 대한 감청(監聽),감시(監視),도청(盜聽)이 늘어나고 있다.보도에 따르면 94년 통신비밀보호법이 제정된 이후 검찰과 경찰 등 사법당국은 모두 37억여원을 들여 650여종의 감청장비를 구입,활용하고 있다고 한다.또 유무선 통신업체에 대한 수사기관의 정보제공 요청건수는 지난해보다 50% 늘어난 9만3,000여건에 달하며 이동통신업체에 대한 통화내역 조회건수도 지난해 1만7,000여건에서 4만8,000여건으로 급증했다고 한다.

이렇게 수사기관에 의한 감청과 감시가 늘어나는 것은 수사방법이 점점 기본을 벗어나고 있다는 걸 뜻한다고 본다.개인의 통신정보에 대한 감청은 영장이나 협조의뢰서가 발부되는 한에 있어서 합법이고 증거확보의 신속성·확실성이라는 차원에서도 당장은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그러나 이것이 수사의정도(正道)는 아니다.또 우리나라의 윤리관으로 보아서도 떳떳하게 내세울만한 방법이 아니다.

수사기관의 담당자들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이 범죄를 보다 교묘하게 하고지능적인 것으로 만들고 있으므로 그에 대응하는 수사방법을 불가피하게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할지 모른다.그러나 위험하고 나쁜 것은 전화,팩시밀리,E메일 등의 정보유통시스템이나 정보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악용하는 범죄자들이다.이들을 잡아내는 데 쓰이는 방법이 법적으로뿐 아니라 윤리적으로도 정당한 수단이라야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사실 개인의 정보통신내용에 대한 감청이 늘어날수록 통신상의 비밀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은 더욱 개발되고 세련되게 된다.전화통신 이용자들은 통화자간의 보다 확실한 비화기능(秘話機能)을 원할 것이며 인터넷 등 컴퓨터 통신 이용자들은 더 안전한 암호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실제로 E메일뿐만 아니라 음성통화의 보안성까지도 완벽에 가깝게 유지할수 있는 암호화기술이 개발돼 있다는 것은 전문가들 사이에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따라서 과학적 수사기술이 발달한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도 이미 ‘감청수사’가 효율적인 수사방법이 아니라는 인식이 퍼져나가고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설사 특정한 범죄용의자의 통신정보에 대한 감청에 성공한다 해도그것에 암호가 걸려있을 때는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서 해독하지 않으면 안되고,암호를 풀었다고 해도 그것이 범죄를 입증하는 정보가 아니었을 경우비용과 인력의 낭비가 클 뿐 아니라 다른 수사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기때문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수사기관들이 풀어야할 숙제는 범죄자들과의 사이에서엿듣는 것과 엿듣는 것을 막기 위한 기술개발에 무한경쟁을 벌이는 일이 아니다.대다수 선량한 시민들의 지지와 협조를 기반으로 과학적이고도 떳떳한수사방법을 개발하고 실행할 때,우리 사회에 범죄가 들어설 공간을 확실하게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감청수사의 또하나 중요한 문제는 합법적인 감청이든 불법적인 도청이든 이것이 다른 사람의 비밀을 캐내는 것을 의미하는 이상,비밀을 쥔 자의 범죄또한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바로 며칠 전에도 대구의 한 경찰관이 경찰서장 명의의 공문서를 위조해 전화국에 제시함으로써 개인의 전화통화내역서를 민간에 유출시키다가 적발된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례만 가지고 극히 일부의 몰지각한 소행을 일반화할 수 없다고 한다면,백번 양보하더라도 수사기관이 그동안 감청·감시한 방대한 양의 정보중에서 정말로 범죄에 직·간접으로 이용된 것이 어느 정도인지 알 재간이 없는것 또한 사실이다.혹 국민의 혈세를 엉뚱한 곳에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가 의심이 드는 사람은 필자만이 아니다.관계당국이 이러한 의문에 대해 납득할수 있는 해답을 주기 위해서는 올해 각 통신회사에 제공을 요청한 15만여건의 통신정보 중에서 감청이나 분석에 의해 범죄자를 기소했거나 범죄사실을입증하는 자료로 삼은 정보가 몇건인지 밝힐 수 있어야 한다.

감청정보가 범죄수사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는점,이것이야말로 감청수사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 중에서 일반 시민들이 가장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는 측면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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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곤 (동국대교수‘신문방송학)
1999-09-1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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