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PEC회담 우리의 입장

[기고] APEC회담 우리의 입장

김기환 기자 기자
입력 1999-09-11 00:00
수정 1999-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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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는 우리에게 너무도 중요한 기구다.

경제적 측면에서 본다면 APEC 회원국은 우리 수출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5대 수출 대상국 중 독일을 제외하곤 모두가 APEC 회원국이다.

동아시아 국가만이 아니라,우리에게 경제·안보면에서 매우 중요한 미국과캐나다 등 미주 국가들도 회원국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APEC은 우리에게 태평양 양안(兩岸)을 이어주는 교량역할을 하는 국제기구다.

세계 경제는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하는 범세계적인 자유무역 체제로 옮겨가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통합 체제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이런 맥락에서 APEC은 우리나라가 가입한 유일한 지역경제협력체다.

특히 APEC 정상회담은 그간 우리에게 비경제적인 측면으로도 많은 혜택을주어왔다.93년부터 각국 정상이 참여,APEC은 우리에게 더없는 정상외교의 장이 됐다.

그러면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 우리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

첫째,아시아 지역은 아직까지 금융위기에서 완전히 탈출했다고 보기 어렵다.앞으로 재발 방지를 위해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이미 일본이 제시한 바 있는 이른바 미야자와 플랜과 같은 제도의 확대와 APEC 지역내의 단기자본 이동상황을 항상 감시하고,공동대처 체제도 도입해야 할 것이다.

둘째,선진국의 경우 2010년까지,개도국의 경우 2020년까지 무역의 완전 자유화를 이룩하겠다는 보고르 선언에 따라 이 목표를 APEC 회원국 이외 나라들도 준수하도록 오는 11월 시애틀에서 개최되는 WTO 각료회의에 강력히 건의하는 데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

셋째,현재 APEC 회원국이면서 WTO에 가입하지 못한 중국과 대만,베트남,러시아에게도 회원자격을 조속히 부여해야 한다는 결의가 통과돼야 한다.오는11월 시애틀 각료회의에서 출범이 예상되는 새로운 무역협상 의제가 몇나라의 관심 상황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선·후진국 모든 나라의 관심사가포함돼야 한다는 데 의견 일치가 있었으면 한다.

넷째,APEC 회원국 무역자유화와 관련,지금까지 추진돼온 개별국가의 자유화계획(LAP)에 대한 평가를 각국 스스로에게만 맡겨 둘 것이 아니라 다른 회원국들에 의해 평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

그리고 아·태지역 국가간의 직접투자 확대를 위해서는 현재까지 구속력이없는 투자자유화 원칙을 구속력이 있는 것으로 하루빨리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다섯째,국가간 기술협력 특히 지식산업분야에서의 기술협력 증대 노력을 해야 한다.왜냐하면 이번 아시아 경제위기로 APEC 역내에 선·후진국 간의 소득격차가 점점 더 확대되고 있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경제기술사업 협력사업(ECO-TECH)이 가장 중요하다.

그동안 APEC이 하나의 국제기구로서 큰 성과를 이루지 못한 이유가 바로 의사결정 방법에 있었다.모든 정책결정을 회원국의 전원합의제에 의존해 왔는데 이래서는 중요한 결정이 제때에 이뤄질 수 없다.사안에 따라서는 대다수의 합의를 얻어도 집행이 가능한 이른바 ‘다수결 원칙’의 채택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APEC은 우리에게 너무도 중요한 기구인 만큼 이번 회의를 계기로 우리나라가 더욱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제시한 몇가지 제안이 이번회의에 참석하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조금이마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바람이다.

김기환 한국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 회장
1999-09-1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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