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99 한국을 빛낸 발레스타’

[리뷰]‘99 한국을 빛낸 발레스타’

이용원 기자 기자
입력 1999-09-07 00:00
수정 1999-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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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상의 발레리나 강수진을 비롯해 지난달 일본 기타규슈와 도쿄의 국제 콩쿠르에 참가,각각 1·2위를 차지한 노보연·황혜민(예술종합학교 무용원재학)에 이르기까지.소속을 달리해 국내외에서 제각각 활동하는 우리의 발레스타들을 한꺼번에 만나는 일은 크나큰 즐거움이었다.

‘99한국을 빛낸 발레스타’의 첫 공연이 열린 지난 1일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은 발레팬들의 갈채와 환호로 그득했다.개막시각을 30분 넘게 남기고 이미 로비를 꽉 채운 설렘과 흥분은 공연 내내 지속됐다.무용수들이 출연할 때마다 객석은 뜨거운 박수로 물결쳤고 이에 보답하듯 출연자들도 기량을 마음껏 뽐냈다.

국내 최고 인기를 다투는 김지영­김용걸,김주원­이원국 커플(이상 국립발레단)의 무대는 특히 화려했다.김지영­김용걸은 ‘차이코프스키의 파 드 되(2인무)’에서 정상급 테크닉과 빈틈없는 호흡을 과시했다.이원국의 세련미와 김주원의 풋풋한 매력도 ‘돈키호테 3막 그랑 파드되’를 빛나게 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국내 데뷔무대였던 유지연(러시아 키로프발레단)의 부진함이었다.롤랑 프티 안무 ‘카르멘’가운데 사랑의 듀엣을 오랜 파트너와 함께 추었는데,왠지 굳어 있었다.빡빡한 귀국일정 탓에 여독이 채 풀리지 않아서였을까,아니면 첫무대라 너무 긴장한 탓이었을까.

화룡점정(畵龍點睛),용 그림에 눈동자를 그려넣듯 이날의 공연을 완성한 사람은 역시 강수진­로버트 튜슬리 커플(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이었다.올해 ‘발레의 오스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의 최우수 여자무용수상을 받은 작품 ‘카멜리아 레이디(춘희)’3막의 2인무를 국내팬들에게 선보였다.

죽음을 눈앞에 둔 춘희의 절망,그리고 사랑하는 남자와의 마지막 정사.그 슬픔과 고통은 물흐르듯 자연스레 표출됐고 객석에서는 너무나 편안하게 그 감정을 빨아들일 수 있었다.

강수진의 무대에는 ‘화려한 테크닉’을 훌쩍 뛰어넘는 ‘인간의 감성’이존재했다.그리고 그것이야말로,세계 정상의 발레리나가 후배들에게 가르쳐준 발레의 본바탕이었다.

이용원기자 ywyi@
1999-09-07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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