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시론] 정보·지식 공유하는 사회로

[대한시론] 정보·지식 공유하는 사회로

김신복 기자 기자
입력 1999-08-30 00:00
수정 1999-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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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에 접어들어 각종 정보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오늘날 우리는 정보의 홍수속에 살고 있다.1900년에서 1950년 사이에 지구상의 정보보유량은 두배로 증가했고 1970년에는 또 그 두배로 증가했다고 한다.즉 정보의 총량이 두배가 되는 속도가 50년에서 20년으로 줄었고 최근에는 그 주기가 5년 정도로 단축되었다고 하는데 2020년경에는 불과 몇 개월마다 두배가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그렇게 엄청나게 쏟아지는 산발적인 정보들을 취사선택하여 활용할 수 있는, 살아있는 지식으로 만드는 것이 이른바 지식기반사회를 실현하는 요체라 하겠다.

다니엘 벨은 후기산업사회를 지식기반사회로 특징지은 바 있다.지식기반사회의 핵심요소인 지식은 단편적인 정보와는 다르다.벨 교수는 지식을 “이성적판단이나 경험적 결과에 관한 사실이나 개념을 조직화·체계화한 집합체”라고 보았다.따라서 정보는 전달받은 사람이 습득하여 가공한 후에야 그 사람의 지식이 된다.그러므로 지식의 가치는 정보를 흡수하여 얼마나 체계화하고 활용할 수 있느냐 하는개인의 능력에 크게 좌우되는 것이다.

우리가 지식기반사회를 이끌어가는 세대로서의 역할을 다하려면 이러한 자질을 갖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우선 풍부한 정보와 전문성을 습득하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자기계발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그리고 그러한 정보를 체계화해 자기 직무수행과 생활에 활용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더 나아가서 지식인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도구로서의 지식을 갖는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가치있게 활용하는데 필요한 지혜와 윤리의식을 확립하는 일이다.잘못 사용한 지식은 무지보다도 더 큰 해독을 끼칠수 있다.사전에 보면지혜(wisdom)는 정확하게 식별하고 판단하는 능력,또는 적절한지 부적절한지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규정하고 있다.소크라테스도 지혜란 “지식을적절하게 그리고 올바르게 사용할줄 아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사회의 지도계층을 형성하고 있는 지식인들은 전문적인 지식의 축적에그치지 않고 소유한 지식을 공익의 실현과 사회의 발전을 위해 활용하는 공인(公人)의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형성된 정보와 지식을 자신이나 자기 조직만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고 타인에게는 그것을 감추거나 악용한다면 그것은 지식을 생성해온 인류사회의 은혜를 저버리는 범죄 행위라 할 수 있다.

다른 물질적인 재산과 달리 정보나 지식은 나눌수록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공유할수록 양적으로 확대될 뿐 아니라 질적으로 내실화되는 속성을 가지고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작년 3월부터 전개되고 있는 교육정보 공유운동은 매우 바람직하고 의미있는 일로서 높이 평가하고 싶다.교원들중에서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자신이 개발한 자료나 아이디어를 에듀넷(edunet)이라는 인터넷망에 올려 다른 모든 교원들이 활용할수 있게 하는 운동이다.금년 6월말까지800명 이상의 교원들이 1만2,000여건의 자료를 에듀넷에 띄웠으며 거기에 접속하여 이용한 사람은 연 1백만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자기가 애써 수집하여 체계적으로 재구성하거나 창의적으로 개발한 정보나지식을 얼굴도 모르는 모든 사람들에게 제공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인터넷에올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시간과 노력과 경비가 소요되는번거로운 작업일 뿐 아니라, 혼자서 독점해도 무방한 자원을 타인에게 개방하여 함께 활용하게 하겠다는 자세가 전제되어 있지 않으면 안된다.제2세 국민을 양성하는 교원들 사이에 이러한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교육적인견지에서도 큰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늘날 지도계층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자세는 더불어 사는 협동·봉사정신이다.내가 사는 조직과 사회의 부족한 부분을 내가 솔선해서 메우고,가지지 못한 구성원들에게 내가 가진 물질과 지식과 기술을 나누어주면서 봉사하겠다는 태도가 절실히 요구된다.

특히 가진 자와 지도계층이 진실로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자세로 조직을 운영하고 사회를 이끌어 가야만 민주복지사회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金信福 서울대 행정대학원장 한국행정학회장]
1999-08-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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