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무책임한‘후3김’용어 사용 자제를

[발언대] 무책임한‘후3김’용어 사용 자제를

김진희 기자 기자
입력 1999-08-13 00:00
수정 1999-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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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정치재개 선언을 두고 언론과 여론매체들이 ‘후3김’시대를 들먹이자 ‘3김’의 케케묵은 스토리가 또다시 들썩이고,국민들은 그를 근거로 빈정거리고 있다.

무엇이 ‘후3김’이며 ‘3김’이 어쨌다는 건가? 도대체 누가,왜 그런 용어를 퍼뜨렸고 언론조차 무책임하게 용어에 대한 정확한 의미와 성격규명도 없이 차용하고 있는지 안타깝다.여론매체는 평범한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공장소의 낙서장이 아니다.

‘3김 정치’니 하는 표현의 남용도 문제지만,재임시 나라를 도탄에 빠뜨렸고 그에 대한 전반적 평가도 어느 정도 가능한 전직 대통령이 정치재개를 선언했다고 해서 ‘후3김’ 시대를 들먹이는 이유를 모르겠다.더구나 그 가운데 한명은 이미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으로서 IMF 위기로 암울했던 우리 경제를 다시 세우고,개혁을 주도해가고 있는 현직 대통령이다.

차별화없는 ‘3김청산’이 자칫 개혁의 현장에 체념과 회의,지역감정의 불씨를 안겨주어 현 국정을 상처내자는 계산이 잠재해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이는 또 아무런 노력도 없이 반사이익만을 노리는 개혁 반대세력들의 세를 불려주기 위함은 아닌지 따져보아야 한다.실패한 전직 대통령의 한심하기 그지없는 행위는 그 자체를 비판하는 것으로 끝내야 한다.성(姓)이 같다고 해서 ‘3김’에 대한 각각의 정확한 평가도 없이 한 묶음으로 싸잡아 비판하는 것은 문제다.엄연히 국민이 선택한 현직대통령을 ‘3김청산’으로 싸잡아 혼란에 빠지게 하는 일은 이제 그만 접어두자.언론,여론매체,지식인들까지 새로운 이론이라도 발견한 듯 ‘후3김’을 인용하는 것을 보면,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그릇된 편견속에 있는지 알 수 있다.

언론과 지식인들에게 묻고 싶다.‘후3김’이 어쨌다는 것인지.왜 이 시점에서 용어에 대한 아무런 정의도,성격규명도 없이 남용하고 있는 것인지.오랜체념과 혐오의 감정에서 나온 국민들의 우스갯소리가 근원이라 할지라도,적어도 사회에 대해 책임감이 있는 언론과 지식인이라면 오히려 그에 대한 냉철한 비판과 방향을 제시해야 하지 않는가.흥미 위주의 유행어 남용은 더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국민들은 무책임한 용어의 남용에서 새로운 분열의 씨앗만 발견할 뿐이다.

김진희[주부·도봉구 쌍문동]
1999-08-1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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