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뒤 사람들]한국문예진흥원 녹음제작실장 한철씨

[무대뒤 사람들]한국문예진흥원 녹음제작실장 한철씨

이종수 기자 기자
입력 1999-06-29 00:00
수정 1999-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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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공연장은 공연시작을 알리는 독특한 ‘음향’을 갖고 있다.국립중앙극장의 경우 ‘에밀레종’ 소리를 내보낸다.세종문화회관은 파이프 오르간을,예술의 전당은 민요 ‘새야 새야 파랑새야’를 신시사이저로 편곡해 들려준다.

이 중에서도 가장 특이한 것은 서울 문예회관의 공연시작을 알리는 음향이다.이 곳에서는 타악기인 비브라폰을 사용한다.

이 비브라폰 소리는 한국문예진흥원 녹음제작실장 한철(51)씨의 즉흥작품.

지난 81년 개관에 즈음해 스태프들이 미처 음향을 준비하지 못한 것을 발견하고는 부랴부랴 모방송국에서 악기를 빌려 3일만에 만들었다.음향에 관한그의 기술적 능력과 감각을 말해주는 사례다.

그는 현재 무대에서 음향효과의 일인자로 손꼽힌다.무려 23년간 외길인생을 살아온 탓이다.

그가 이 세계에 뛰어들게 된 과정을 보면 영화 ‘시네마 천국’이 연상된다.연극영화과 학생이던 그는 지난 68년 서울 명동 예술극장에 들렀다 원로 공성원씨가 릴 테이프를 어깨에 맨 채 음향을 편집하는 것을 보고 음향에 매료돼 이후 ‘소리’로먹고 살게 됐다.

그가 200여편의 작품에서 만든 효과음만도 부지기수다.머리속에 CD롬 200여장 분량의 효과음이 들어 있다.작품 배경에 따라 적절하게 꺼내 사용한다.이 경지(?)에 오르기 위해 온갖 소리를 귀담아 두었다.작품에서 환청으로 들리는 두꺼비소리는 슬리퍼를 끌다가 창안했고 ‘열려라 참깨’주문에 열리는돌문 소리는 화장실의 재털이용 항아리를 차다가 발견했다.

“어떤 소리라도 만들 수 있다는 신념으로 일했습니다.머리를 짜내 만든 소리가 작품에 효과적으로 쓰일 때 느끼는 보람은 말도 못합니다”.

소리의 매력을 ‘창작’에서 찾는 그는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현장 경험을 살려 최초의 입문서를 펴내는 것과 ‘음향효과 드라마’를 만드는 것이다.

제일 간절한 것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범종이나 산속의 소리 등 ‘우리의소리’를 담아 남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아울러 요즘 공연계에 갖는 아쉬움을 이렇게 털어놓는다.“음악효과는 밥상의 반찬과 같습니다.맨밥만 먹을 수도 있지만 반찬이 있어야 맛이 나듯 음악효과도 작품을맛깔나게 하는 데 한몫 하지요.요즘 제작비를 아낀다고건성으로 효과음을 섞거나 아예 없애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이종수기자 **
1999-06-2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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