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미씨 5박6일 억류생활

민영미씨 5박6일 억류생활

입력 1999-06-28 00:00
수정 1999-06-28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금강산 관광 도중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민영미(閔泳美·36)씨에게 6일간의 억류생활은 기억하기도 싫은 ‘악몽’이었다.

서울중앙병원에 입원중인 민씨는 억류 첫날인 20일부터 지금까지 대변을 보지 못하는 등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진정제를 복용하고 있다.

관계 당국과 병원측에 따르면 민씨는 북한 억류기간 내내 북한 요원들에게‘누구의 지령을 받고 귀순공작을 하러 왔느냐’,‘대북 모략요원이 아니냐’는 문초를 반복해서 받았다.

풀려날 때까지 외부와 철저히 격리된 채 장전항 내의 컨테이너 박스와 ‘금강원’이라는 식당에서 지냈으며 북측 요원의 철저한 감시를 받았다.밥을 먹을 때나 화장실 갈 때도 감시원이 따라붙었다.처음 이틀간은 음식을 입에 대지도 못했다.

민씨가 억류된 시간은 지난 20일 오후 1시30분.‘미륵불’(彌勒佛)의 ‘미’자를 어떻게 읽느냐는 등의 대화를 하던 북한 관리원이 ‘귀순자들은 잘살고 있다’는 민씨의 발언을 꼬투리잡아 시비를 걸었다.갑자기 관광증을 빼앗고 출입국관리소 옆 컨테이너 가건물에 데려가‘사죄문’을 쓰게 하고‘위반금 100달러’도 물렸다.

북측은 이에 그치지 않고 주소와 이름,나이,직업 등을 조사한 뒤 ‘귀순을유도했다’는 자술서를 강요했다.깜짝놀란 민씨는 “나는 관광객일 뿐”이라며 부인했지만 막무가내로 ‘공작원’임을 인정하라고 우겼다.

요원이 저녁을 주었지만 먹지 않았다.공포감 때문에 갑작스레 복통을 일으켜 북한 의료진에게서 링거 주사도 맞았다.

억류 3일째인 22일 오후 1시쯤 민씨는 이웃 ‘금강원’이라는 식당에 수용돼 집중적인 신문을 받았다.현대 직원들과의 면담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북한요원들은 간첩 활동을 했음을 시인하라며 혹독한 신문을 계속했다.

억류 6일째인 25일 오후 5시 북측요원이 석방할테니 돌아갈 준비를 하라고말했다.북측은 “민씨가 풀려날 때 공작 입북 사실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그러나 민씨는 끈질긴 강요에도 거짓 대답은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날 밤늦게 민씨를 태운 예인선이 북방한계선을 넘을 때는 민씨가 악몽에서 깨어나는 순간이었다.

전영우기자 ywchun@
1999-06-28 2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