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광장] 여성의 사회진출

[대한광장] 여성의 사회진출

이재정 기자 기자
입력 1999-06-07 00:00
수정 1999-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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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영국을 부러워하는 이유가 하나 있다면 대처와 같은 역사적인 여자총리를 가질 수 있었다는 점이다.대처가 영국을 다스리던 동안 영국은 경제적 안정과 정치적 번영이라는 국가의 기틀을 새롭게 마련할 수 있었다.그것은 그녀의 정치적인 결단과 단호한 지도력이 큰 몫을 한 것이 사실이지만 여자 총리를 중심으로 영국이 보인 민주적이며 합리적인 정국운영이었다고 할수 있다.

얼마 전 영국여왕으로서는 처음으로 엘리자베스 2세가 우리나라를 방문했을때 우리는 또 한번 영국이 가지는 저력을 엿볼 수 있었다. 다이애나의 죽음이나 찰스 왕세자의 이혼,그리고 끊임없는 왕실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영국 국민이나 영연방 국민들은 여전히 여왕을 축으로 하는 일치의 전통을지켜가고 있다.미국도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클린턴 정부 안에서 흔들리지않는 여성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미국 정치가 가지고 있는 역량의 표시인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이야기는 차치하고 이번 김대중 대통령이 몽골방문시에 그곳의 여성외무장관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보면서 우리의 내각구성을 돌이켜보지 않을 수 없었다.여성참여라는 면에서 볼 때 ‘국민의 정부’의 2차내각은 국민의 기대를 완전히 외면한 채 남성 중심의 체제로서 1차 내각보다도훨씬 후퇴하고 말았다.

김대통령이 선거공약으로 제시한 여성의 참여비율을 완전히 지킬 수는 없었다 하더라도 장·차관 통틀어 한 명밖에 등용이 되지 않았다는 것은 대단히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더구나 환경부장관으로 발탁된 손숙씨에 대해 언론이 소위 ‘남성’들의 여론을 내세워 비판 일변도로 치우친 것은 진실로 언론의 입장이 무엇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장관직을 전문성을 기준으로만 판단한다면 기준 자체를 설정하는 데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전문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경우에 전문성이 가지는 좁은 한계나 이해 때문에 오히려 정책 자체가 일방적 경향으로 흐를 위험이 있는 것이다.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환경분야에 있어서는 전문성보다는 오히려 보편적이며 합리적인 이해를 할 수 있고 폭넓은 대화와 논의구조를 이끌어 갈 수 있는상식적인 시민이 적합하다고 할 수있다.

손숙 장관은 이미 환경운동에 참여해 온 바 있어 전문성에 대한 시비는 옳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환경시민운동이나 경제정의운동 등의 경험을 바탕으로 역대 어느 장관보다 올바르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다만 뛰어난연극인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하게 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그리나 우리가 지적하려는 것은 여성의 참여가 완전히 무시된 현재의 내각이 과연 어떻게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수 있는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왜냐하면 여성의 정당한 참여와 여성의 적극적인 협력 없이는 올바른 정책의수행이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진실로 새 천년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열어 가려면 여성의 참여를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공직사회부터 학계나 언론계,그리고 정치계는 물론 기업에 이르기까지 여성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여성할당제를 제도적으로 수용해야 할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5대5의 비율이 돼야 하지만 점진적으로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현실성 있는 비율,즉 20% 또는30%부터 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이러한 배정수치도 중요하지만 더 효율적으로 이를 이루어가기 위해 정부가 여성참여를 확대하는 만큼 그 기관에 적절한 행·재정적지원을 통한 보상을 하는 것도 구상해볼 만하며 당장이라도 사법고시나 행정고시에 있어서 남녀의 비율을 일정하게 할당,인원을 배정함으로써 고급 여성인력 양성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여성고용의 평등이나 성차별을 막으려는 법적 제도에서 진실로 실효를 거둬가려면 제도화도 중요하지만 먼저 여성에 대한 편견과 우월감을 버려야 한다.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 때 ‘고급옷 로비’ 같은사건도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李在禎 성공회대 총장]
1999-06-07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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