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위 감동시킨 효자 이야기 아십니까

거위 감동시킨 효자 이야기 아십니까

정운현 기자 기자
입력 1999-04-21 00:00
수정 1999-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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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위를 감화시킨 효자의 이야기를 아십니까” 조선 중기 이 땅에 실제로 있었던 한 효자와 암거위의 절개 이야기를 담아놓은 자료가 발견돼 관심을 끌고 있다.

재야 서지연구가 오경환씨(정연 대표·40)는 1583년 통정대부(정3품) 벼슬에 오른 권상(權常)의 추모문집 가운데 ‘속의아전(續義鵝傳)’을 입수,15∼20일 서울 공평아트센터에서 열린 제6회 서울고서전에 공개했다.

“440년전 경기도 김포 땅에 살던 권상이란 효자가 부친상을 당해 3년간 무덤 옆에서 ‘시묘살이’를 할 때의 일이다.권상은 여막(廬幕) 주위에 뱀이많아 이를 걱정하고 있던 차에 어떤 사람이 거위를 기르면 뱀을 물리칠 수있다고 하여 흰거위 한 쌍을 구해 길렀다.그러던 어느날 저녁 수컷이 산짐승에게 물려 죽자 암컷은 이후로 식음을 전폐하고는 강제로 음식을 먹여도 뱉어 버리더니 3일만에 죽고 말았다.권상은 거위 부부를 묻어주고 예를 갖추어 제사를 지내주고는 의아(義鵝),즉 ‘의로운 거위’라고 불렀다.” 한문으로 씌어진 이 글은 원래 권상의 장남 수(燧)가 기록했으나 임진왜란으로 소실되자 3남 희(憘)가 다시 이를 기록하면서 ‘속(續)’자를 더해 ‘속의아전’이라 이름 붙였다.희는 미물인 거위가 영물인 인간에게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정절(貞節)을 보인 것은 부친의 지극한 효성에 감화를 받은 때문이라고 적었다.그는 부친이 조부상을 당해 3년간 시묘살이를 하면서 우설(雨雪)에도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저녁으로 조부의 산소에 음식을 올리고 늘몸에는 질대(상복을 입고 허리에 두르는 띠)를 풀지 않았다고 썼다.결국 암거위의 ‘정절’은 부친의 효성에 감화를 입은 결과였다는 것이다.

1583년 권상이 그의 효행으로 천거돼 통정대부에 오르고 사후에 청주(淸州) 백록서원에 제향(祭享)된 것으로 봐 그가 소문난 효자였음은 분명하다.또‘지봉유설(芝峯類說)’에 “거위는 도둑을 놀라게 하고,또 능히 뱀을 물리친다”고 기록하고 있으며 그 똥은 뱀을 죽인다는 내용도 전해오고 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권상(1508∼89)은 본관은 안동,호는 남강(南岡)으로 가선대부 지중추부사(知中樞府事,정2품)까지 지냈다.또 이 기록을 남긴 권상의 3남 희는 황해·충청관찰사를 역임했으며 임진왜란 때는 왕실의 신주(神主)와 어보(御寶·옥쇄)를 안전하게 모신 공로로 자헌대부에 오르고 사후에 우의정에 추증됐다.권상은 5남을 두었는데 모두 급제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료를 접한 한양대 국문과 최래옥교수는 “앵무새 부부의 금슬얘기가 ‘삼국사기’에 전해오는 예는 있지만 거위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는 처음”이라며 “김포지방의 전설 조사 때도 듣지 못한 새로운 내용”이라고 밝혔다.또 안동권씨 중앙종친회(회장 權正達) 권오영 총무(66)는 “문중 선조의 효행이 미물인 거위를 감화시켰다는 얘기는 처음 접한다”며 “대대로 가문의 자랑으로 전하겠다”고 말했다.
1999-04-2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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