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건전야당 정체성 상실

한나라, 건전야당 정체성 상실

박찬구 기자 기자
입력 1999-03-12 00:00
수정 1999-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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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정체성 상실로 위기를 맞고 있다.뿌리깊은 계파간 갈등과 지분다툼,얽히고 설킨 이념적 성향 때문에 정권교체 1년이 넘도록 건전 야당으로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90년 3당 합당이나 97년 옛 신한국당과 민주당의 합당 등 태생적 한계가 정체성 위기의 한 원인으로 거론된다.그러나 당 지도부의 안이한 현실인식과땜질식 응급처방이 갈등의 골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李會昌총재의 정치적 아마추어리즘,그리고 포용과 조화보다는 완벽과 논리를 앞세우는 개인적 기질과 무관치 않다.특히 지도부가 당내 다양한 목소리를 합리적으로 수렴,당의 노선이나 활로를 찾기보다 계파간 ‘자리배분’으로 불만을 누르며 현상을 유지하는 데 급급해한다는 비난이 거세다.

11일에도 부대변인 추가 임명 문제를 둘러싸고 소동이 벌어졌다.당초 지도부는 구로을 재선거 후보 공천에서 탈락,강력 반발한 李承哲 옛 민주당위원장을 부대변인에 임명하기로 했다.그러자 일부 부대변인이 “만만한 게 부대변인 자리냐”며 불만을 털어놨다.李전위원장도“아직 지지 당원들의 마음이 풀리지 않았다”며 이날 임명장 수여식에 일방적으로 불참했다.

국민회의 부대변인은 현재 8명.한나라당은 李전위원장까지 12명으로 국민회의의 1.5배다.지난해 8월 李총재체제 출범 직후에는 6명에 불과했지만 계파간 자리 다툼과 알력으로 자리를 배려하다 보니 6개월 만에 두배로 늘어났다.조직이 이상(異常) 비대화하고 정체성이 실종된 대표적 사례다.

金泳三전대통령의 ‘상도동 만찬’을 ‘상왕(上王)정치’‘당내(黨內)당’의 모습으로 희화(희화)화하는 시각도 지도부의 모호한 정체성에서 비롯된다.

최근 여권의 정책혼선에 야당다운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도 당 정책위 산하 19개 위원회의 ‘예비내각’이 계파간 ‘자리 안배’식으로 구성되는 등 정책적 고려가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다.

무엇보다 지도부가 대여(對與)강경 투쟁에만 매달리는 바람에 비전 제시나정책 활동 등 야당의 정체성 확립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는 목소리가 만만찮다.대북(對北)관계나 권력구조 문제 등 민감한 현안까지 “무조건 정부 여당이 잘못했다”는 정쟁(政爭)적 인식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1999-03-1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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