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거부증’ 새생활 두려움서 생긴다

‘등교거부증’ 새생활 두려움서 생긴다

임창용 기자 기자
입력 1999-03-09 00:00
수정 1999-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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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여성인 P씨는 요즘 사무실에서 손에 일이 잡히지 않는다.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첫 아이 때문이다.오늘도 배가 아파 학교에 안가겠다는 아이를 겨우 담임선생님께 맡기고 출근했다.벌써 일주일 째다.

새학기를 맞아 자녀가 학교 가기를 싫어해 가슴앓이를 하는 학부모들이 꽤있다.좋은 말로 타이르기도 하고 매까지 들지만 쉽게 설득이 안된다.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를 둔 초보 학부모인 경우 더 당황하기 쉽다.성균관대의대 홍성도 교수(삼성서울병원 소아정신과)는 “대개 2∼3주 지나면 적응이되지만 한달 이상 계속되는 경우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증상 그냥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는 아이는 거의 없다.대부분 머리나 배가 아프다는 이유를 댄다.

처음 얼마간은 어떻게든 다녀보다가 3월 중순에서 4월 중순 사이에 최고조에 달한다.가장 큰 특징은 증상이 아침이면 심하다가 학교가 끝날 시간이 되면 낫고,주말로 갈수록 줄어든다는 것이다.

한림대의대 신지용 교수(강동성심병원 소아청소년클리닉)는 “흥미롭게도아이가 어디가 아프다거나 불안해 할 때는 부모(대개 어머니)도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이는 어릴수록 부모와 자녀간 불안이나 우울이 전염력이 있다는 사실과 맥을 같이한다.이런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책상에 엎드려 있거나 양호실에 혼자있으려 한다.심하면 화장실을 계속 들락거리기도 한다.

▒원인 처음 입학한 아이들은 부모와 떨어지는 것을 겁내서 이런 행동을 보인다.또 친구와 선생님,교실 환경 등 새로운 것들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도 아직 어린 아이들에겐 상당한 스트레스로 작용한다.재학생들의 경우도 등교에 따른여러가지 부담감이 원인이 된다.

신지용교수는 “어릴수록 부담이나 스트레스를 피하는 방법을 모르고 고스란히 받는 수가 많다”고 말한다.또 스트레스는 말로 표현됐을 때 줄어드는특성이 있는데 아이들은 언어표현 능력이 떨어져 그것도 쉽지 않다는 것.따라서 어디가 아프다든가 하는 신체적 증상을 반영한 행동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대처요령 자녀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는지,아침에 집을 나서기 힘들어하는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힘들어하는 기색이 보이면 선생님과 의논하고 필요하면 등교할 때 같이 가주는 것도 좋다.또 아이가 잘 적응하지 못해 불안해하면 부모가 더 불안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전혀 도움이 안된다.아이를 학교에 보낼 때는 항상 편안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입학이나 개학전 아이에게 새로운 학교생활을 예상하게 하는 것도 좋다.이는 소아정신과적으로 ‘준비작업’이라고 하는데 학교에 가면 누가 있고,무엇을 하게 될지 등에 대해 설명해주는 것이다.심하면 아이가 도저히 학교에못가겠다고 하는 ‘등교거부증’이 올 수도 있다.이럴 때 도저히 이해할 수없다는 자세로 아이를 닥달하는 수가 있는데 매우 조심해야 한다.이런 경우에는 아이는 물론 부모도 같이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任昌龍 sdragon@
1999-03-0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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