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전공자는 재능과 ‘끼’가 있어야 하는데 음대 신입생 중 이런 학생이 10%에도 못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90%는 자질이 부족한 셈이지요” 한 음대교수는 국내 음악교육의 현주소를 이같이 설명했다. 음대생의 수준이 이처럼 ‘이분화’된 것은 우리의 음악교육 현실과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난 1,000여개의 국내 콩쿠르 탓이다. 음악교육은 학부모의 권유로 시작한다.악기를 제대로 접할 기회가 없던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악기를 하나쯤 다루기를 원한다.음악교육이 학과공부에도움이 된다는 솔깃한 얘기도 학부모를 부추긴다.학원에서 열리는 ‘동네’콩쿠르는 참가만해도 상을 준다.부모들은 자녀들이 몇차례 상을 받으면 재능이 남다른 것으로 착각하고 재능계발에 본격적으로 나선다.유명선생님을 찾아다니며 고액레슨도 마다않고 엄청나게 투자한다. 이는 외국유학 때에도 계속된다.엄격하게 정해진 레슨비에 우리식으로 과다하게 웃돈을 주는 일들이 반복돼 물의를 일으키기도 한다.외국인들중 상당수는 ‘웃돈주기’관행에 익숙해져 한국인이 찾아오면 특별히 많은 레슨비를요구하기도 한다. 이같은 병폐는 국제콩쿠르에서도 예외없이 드러난다.테너 金南斗(41)씨는이탈리아 심사위원 중에는 자신에게 레슨받은 한국학생을 노골적으로 지원하는 이들도 있다며 이번 콩쿠르파동도 심사위원의 내부갈등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조심스럽게 지적했다. 전공자는 많은데 국내 수요는 적고,대학에서 자리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다.학맥 인맥으로 연결되어 있어 ‘빽’이 없으면 설 수 있는 무대도 없다.유학갔다 눌러앉은 장기유학생들은 귀국하는데 도움이 될 콩쿠르수상경력 쌓기에 분주하다.이런 점 때문에 이탈리아는 지난해 파르마 콩쿠르 참가자격을 내국인으로 바꿔 한국인의 참가를 막았다.이번에는 카루소 성악조직위원회가 한국인 참가를 배제키로하는 등 여러 가지 조치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제 콩쿠르에 우승을 해도 외모나 상품가치면에서 전문가들의 눈에 들지 않으면 뒷전으로 밀린다.한국출신 몇몇 음악가들이 ‘국제콩쿠르수상=세계무대 진출’이라는 공식을 만들어냈으나 이는 극히 일부다.세계무대에서려면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해도 유명 지휘자나 교수,대형극장장,음반회사대표,메이저급 매니저에게 발탁돼야한다. 음악평론가 卓桂奭씨는 “상업적인 목적으로 생겨난 사기성 짙은 국내 콩쿠르들이 자녀의 재능에 대한 부모들의 객관적인 판단을 흐리게 한다”며 “정부가 우수 콩쿠르를 인준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아울러 연주자들이 이력서에 적힌 화려한 경력이 아닌,실력으로 평가받는 무대가 마련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999-02-0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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