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전통 주(酒)는 곡주로 삼한시대에 누룩을 사용해서 빚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동명성왕의 건국담에도 술 얘기가 나온다.삼국사기 고구려본기 대무신왕 11년 편에는 지주(旨酒·맛좋은 술이란 뜻)란 말이 나온다.삼국시대에는 곡주를 즐겨 마셨다고 한다.동해석사(東海釋史)와 지봉유설에는당대의 시인 옥계생(玉溪生)이 ‘한잔의 신라주(新羅酒)의 기운이 새벽 바람에 쉽게 사라질까 두렵구나’라는 시를 소개해 놓을 정도로 신라주의 인기가 높았다.일본의 ‘고사기’를 보면 응신천황(서기 270∼312년)때 백제의 수수거리가 새로운 방법으로 좋은 술을 빚어 전하여 후세에 그를 주신으로 모셨다고 한다. 증류해서 만든 소주는 고려 후기에 몽골에서 유입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페르시아를 정복한 칭기즈칸의 몽골군이 알코올 증류법을 배워 고려침략 때(1274년) 가져온 것이다.몽골군이 주둔했던 제주도에서는 소주를 노주(露酒·밑술을 고아서 이슬같이 받아낸 술이란 뜻)라고 불렀다.아랍어에서는 알코올을 ‘아라그’라고 발음하고 해방 전까지 개성에서는 소주를 아락주라고 부른 것도 이를 뒷받침해 준다.고려 때는 사찰이 여행자의 숙박지로 이용됐을뿐만 아니라 술을 판매하는 풍속이 있어 사찰을 중심으로 다양한 술이 개발된 것 같다.고려 현종(1140년)은 술로 인한 폐단이 심하자 사찰에서 술을 빚고 마시는 것을 금했지만 고려 후기에 증류주가 도입되면서 술문화가 급속도로 발전하게 된다. 증류주의 하나인 양주는 19세기 조선조 말 외국과 교역이 쉬워지면서 도입된다.양주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거의 1세기가 지난 지금 소주와 양주를놓고 통상분쟁이 일어 난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유럽연합(EU)과 미국은 지난 97년 한국이 소주의 세율은 35%,양주세율은 100%로 정한 것은 잘못이라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WTO는 지난 18일 세율분쟁 상소심에서 한국에 패소판결을 내렸다.이 판결에 따라 한국은 향후 15개월 안에 EU·미국과협의를 갖고 새로운 주세율을 만들어야 한다.당국은 소주세율은 덜 올리고양주세율은 덜 내리는 타협안을 마련,협상을 할 방침이다.지난해 전체 술소비는 9%가 줄었으나 소주는 4.8%가 증가했다.당국은 서민들이 기쁠 때나 슬플 때 찾는 대중주(大衆酒)인 이 소주 값이 너무 많이 오르지 않는 방향으로 협상을 매듭짓기 바란다.
1999-01-22 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