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독일 통일도 한때 다음 세기까지도 불가능하리라 여겨졌다.통독의 원동력에 대해 전문가들은 2가지 조건이 충족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그 하나는 경제력이 뒷받침 된 서독의 외교력이 구(舊)소련 등 주변 열강을 설득해낼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요인으로 서독의 ‘동방정책’을 꼽는다.동방정책의 핵심은 서독측의 끈질긴 교류 확대노선이었다.적극적 경협과 방송개방으로 동독주민들이 기꺼이 서독과의 통일을 원하게 만들었던 것이다.서로 왕래하는‘작은 발걸음’이 통독의 밑거름이었던 셈이다.민간교류의 확대를 추구하는 ‘작은 발걸음 정책’은 발터 쉘 전외상이 선창했다.이는 브란트 전 수상의 동방정책으로 이어졌다. ‘국민의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은 일면 서독의 동방정책과 궤를 같이 한다.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우리 쪽에서 냉전적 대결자세를 먼저 탈피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서다. 민간의 자율적 판단과 책임하에 남북경협을 확대하고 사회문화 교류의 활성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뜻이다.접촉을 통해북한의 변화를 유도한다는취지임은 물론이다. 금강산관광사업이 성사됨으로써 지난 한해 방북자 수가 무려 1만명에 이른사실이 이를 말해준다.이는 89년부터 97년까지 9년간의 방북자수 2,408명을훨씬 웃돈다.새해 들어 19일 현재 금강산 관광객 수는 벌써 1만5,000명선을넘어섰다. 이미 탄력이 붙은 남북 민간교류는 올해 더욱 빈번해질 전망이다.북한의 폐쇄성 완화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한 여하한 교류도 적극 권장한다는대원칙이 흔들릴 개연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는 금강산관광 위주로 진행됐지만 올해는 사회,체육,종교,문화 분야교류로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다음달쯤 鄭夢準 대한축구협회장 일행이 2002년 월드컵경기 분산개최,경평(京平)축구 부활 등을 논의키 위해 방북키로 한 사실이 단적인 사례다. 한 통일전문가는 이를 ‘유수효과’(pumping effect)로 설명한다.쉽고 가능한 분야부터 교류를 추진하면 여타 분야로 접촉기회가 확산될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그동안의 남북교류 전개과정에 대해 반성론도 없지 않다.우리측 인사들의일방적 방북에만 치우쳤다는 지적도 그 하나다. 이 불균형 교류를 바로 잡기 위해 정부는 올해 우리측 민간의 북측 인사 초청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동춘곡예단(단장 朴世煥)측이 북한의 세계적 서커스단인 평양교예단 초청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도 그 일환인 것같다. 북측이 여전히 경직된 통일전선전술을 버리지 않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우리 민간기업과 민간인사들을 필요에 따라 선별 접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선 여러 가지 대응 방안이 거론된다.서독측은 동독측에 많은 경제 지원을 했지만 “그 대가로 동독정부가 인적·물적교류에 대한 통제를 조금이라도 완화하도록 요구했다”고 한다.주 독일대사관의 통일연구관을 지낸金泳卓씨의 얘기다. 다행스러운 것은 북한측도 올들어 민간교류 확대에 호응하는 기미를 조금씩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교류협력 사업의 확대에 대비,법령정비 작업과 대남관련 조직의 인사개편을 진행중이라는 정보가 이를 말해준다.우리측 민간단체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대북 농업구조 개선 지원 등 경제교류는 물론각종 사회문화교류 사업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활발해 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具本永 kby7@
1999-01-2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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