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경실련 부정부패추방운동본부는 중부고속도로 순찰대에서 대장과 부대장으로 재직했던 朴영규씨(59·당시 경감)와 吳영철씨(49·당시 경위)가 고속도로 순찰대의 뇌물수수 관행을 공개하는 ‘양심선언’ 자리를 마련했다. 朴씨와 吳씨는 고속도로 순찰대가 과속과 통행위반 운전자를 적발하더라도하루 50∼100대 가량에 대해서는 스티커를 발부하는 대신 대당 1만∼2만원을받아 경찰청 본대와 지방청에 상납해왔다고 폭로했다. 항간에 소문으로만 나돌던 교통경찰관의 비리가 두 사람의 증언으로 백일하에 드러나게 된 것이다. 교통경찰관은 경찰 내부에서도 ‘꽃중의 꽃’으로 불린다.그만큼 수입이 짭짤하기 때문이다.고속도로뿐 아니라 시내 도로나 국도·지방도로 등 교통경찰관이 가는 곳이면 부패의 사슬은 꼬리를 잇는다. 과속이나 신호위반 차량을 단속하면서 ‘푼돈’을 챙기거나 차량 접촉사고를 조사하면서 가해자측으로부터 조서를 유리하게 꾸며준다는 명목으로 ‘목돈’을 받기도 한다. 교통사고가 생겼을 때 단골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해주고 수수료를 챙기는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李모씨(45·서울 강서구 등촌2동)는 지난해 9월 올림픽대로 영동대교 부근에서 차량이 막혀 대교쪽으로 우회전해 진입하다가 뒤따라 오던 차에 부딪혔다.李씨는 당연히 자신이 피해자라고 생각했고,상대 차량 소유주도 처음에는 과실을 인정했다.하지만 교통사고처리반 경찰관이 현장에 도착해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가해자로 둔갑했다.李씨는 집에 전화를 걸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상대편 운전자와 경찰관 사이에 ‘검은 거래’가 있었다고 믿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A병원은 하루 3∼4건의 ‘통환자’를 받는다.통환자란 교통사고 현장에서 교통경찰관이 후송해온 환자의 별칭이다. 교통경찰관은 사고현장과 자신이 평소 거래하는 병원이 아무리 멀어도 그곳까지 환자를 데려 간다.교통경찰관에게 통환자 1명당 5만원 정도의 사례비가 주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교통경찰관은 2∼3일 단위로 병원에 들러 사례비를 수금해 간다는 게 이 병원 원무과 직원 朴모씨(34)의 증언이다. 교통경찰관 못지않게 소방공무원도 원성의 대상이 되고 있다.소방법이 화재 발생 가능성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을 소방공무원에게 일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방공무원에게 주어진 권한이 이처럼 포괄적이기 때문에 건축물 건설 단계에서 인허가에 이르기까지 소방시설 점검 명목으로 수시로 손을 내민다.정기 점검때도 마찬가지다. 서울 중구 북창동 B단란주점의 업주 金모씨는 “소방공무원들이 매달 소화기 배치나 비상구 점검을 위해 찾아오면 반드시 5만원씩 줘서 보낸다”고 말했다. 대형 호텔도 예외는 아니다.소방공무원들에게 잘못 보였다가는 손님이 집중되는 연말 연시에 소방시설을 점검한다면서 연회장의 스프링클러를 틀어버리기 때문이다. 경실련 부정부패추방운동본부 崔寅煜간사는 “경찰과 소방공무원의 부정부패가 시정되지 않는 이유는 비리가 드러날 때마다 근본적인 치유책을 강구할 생각은 하지 않고 단발식·즉흥식 대응만 했기 때문”이라면서 “이제부터라도 제도적인 차원에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9-01-1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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