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을 출판인 김혜경씨는 좋아한다.책 속에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미래를 여는 길이 있고 삶의 향기를 더해주는 지혜가 있다는믿음이 있다.그녀는 이러한 책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바쁘게 하루를 보낸다. 그러나 모든 출판인이 바쁜 것은 아니다.출판계에서 ‘악령’이라고 말하는 IMF 경제위기로 지난해 많은 출판사가 문을 닫았고 살아남은 출판사도 힘겹게 새해를 열고 있다. “출판계의 30% 이상이 구조조정을 했습니다.”그러나 그녀가 말하는 ‘구조조정’은 인원감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회사가 망해 문을 닫은 것을 말한다.“차마 망했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그녀의 말에서 책을 아끼는 따듯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그녀 혼자만의 열정으로 얼어붙은 출판계의 어려움을 녹일 수는 없다.출판계는 지난해 긴 고통의 터널을 지나왔지만 그 터널의 끝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IMF 경제위기는 출판계도 강타하여 지난해 대표적인 유통업체들이 부도가 나는 등 최악의 상황에 빠졌다. “출판계 중요 과제는 유통체계의 현대화입니다.유통업체간의 과당경쟁과주먹구구식 경영 등으로 출판의 거품이 너무 많이 일고 있습니다.책이 얼마만큼 팔리는지 정확히 알아야 수요에 맞게 책을 출판할 텐데 현실은 그렇지않습니다.유통업체들은 과당경쟁 등으로 수요 이상의 책을 출판사에 요구합니다.남은 책은 다시 출판사로 되돌아와 결국 손실이 되죠.출판계의 그런 거품을 없애야 합니다.” 김혜경씨가 대표로 있는 출판사 푸른숲의 경영시스템은 하나의 해답이 될수 있을 것이다.“다양한 분석을 바탕으로 정확한 수요예측을 위해 최선을다합니다.판매상황을 믿을 수 있는 유통업체를 통해 파악하여 수요에 맞게책을 제작하려고 노력합니다.거래 유통업체도 대폭 줄여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반품을 최소화하죠.”그러나 거래 유통업체를 줄이는 일과 유통체계 현대화는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출판사와 유통업체사이의 거래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고 유통업체에 생업이 걸려있는 사람들의 반대가 심하다. 그녀는 “유통의 현대화는 혁명”이라는 표현으로 그 어려움을 말한다. 김 대표는그러나 출판의 미래에 대해서는 낙관적이다.“IMF 경제위기로 지금은 어렵지만 우리나라도 문화와 책에 더 많은 관심을 돌릴 단계에 와 있습니다.21세기에는 지식산업이 더욱 중요해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책을 찾을 것입니다.책 속에는 미래를 여는 지식이 있습니다.지식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의 상품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없습니다.” 그녀는 정부도 출판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정부도 앞으로지식산업을 기간산업으로 육성하지 않으면 안됩니다.”그러나 무엇보다 출판인 스스로가 경쟁에 살아남기 위해 경쟁력 있는 책을 만들고 독자가 책에 보다 가까이 갈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그녀는 덧붙인다. 그녀는 지난해 행복한 경영인이었다.출판계 매출이 30% 이상 줄었는데 푸른숲은 매출이 오히려 조금 늘었다.그녀는 중소기업인상도 받았다.“최고 품질의 상품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책을 출판하고 적극적인 홍보를 했습니다.그리고 반품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죠.그 결과 좋은 결실을 맺었습니다.” 단아한 얼굴에나타나는 그녀의 밝은 미소처럼 출판계의 밝은 내일을기대해 본다.그녀는 한마디 더 한다.“IMF 위기 극복과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합니다.”●1953년생 ●이화여자대학교 영어교육과 졸업 ●아산사회복지사업재단 홍보과장 지냄 ●현재 도서출판 푸른숲 대표.대한출판문화협회 이사.李昌淳 cslee@
1999-01-1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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