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없는 열사 죽음/유가협,국회 주변서 두달째 ‘천막농성’

관심없는 열사 죽음/유가협,국회 주변서 두달째 ‘천막농성’

입력 1998-12-26 00:00
수정 1998-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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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규명할 법제정 외면/추위보다 견디기 힘들어/민주화투쟁 공로 인정을

“세상이 너무나 무심한 것 같습니다.모두 침묵하고 있을 때 일어섰다 희생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오늘이 존재하는 것 아닙니까”

저물어 가는 한해를 지켜보며 여의도 국회의사당 건너 장기신용은행 앞길에서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회장 裵恩深) 회원 10여명은 ‘천막농성’을 계속하고 있다.25일로 52일이 됐다.

민주화운동을 하다 사망한 ‘열사’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의문사를 규명할 특별법을 제정해달라는 게 이들의 요구다.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투쟁해 온 이들에게 크리스마스나 연말연시의 들뜬 분위기는 어색하기만 하다.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스티로폼 몇 장을 깔고 밤샘농성을 계속해 왔다.이불과 취사도구도 갖다 놓았다.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기가 예사다.

천막 안에는 ‘열사력(烈士曆)’이 걸려 있다.그 달에 사망한 이들의 날짜와 얼굴사진을 담은 탁상형 달력이다.

한뎃잠을 오래 자다보니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쳤다.하지만 참기 힘든 것은 무관심이다.국회의원 몇 명이 다녀가긴 했지만 이들의 농성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낮에는 유인물을 돌리며 피켓시위를 하지만 반응은 냉담하다.“명예 때문만은 아닙니다.치열했던 민주화 투쟁을 정리하고 정당성을 재확인하자는 겁니다”

천막농성장에는 87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고 朴鍾哲씨의 아버지 朴正基씨(69)와 고 李韓烈씨의 어머니로 유가협 회장인 裵恩深씨(58)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이들말고도 86년 간첩 혐의로 경찰서에 잡혀가 7일만에 두개골 함몰상을 입고 의문사한 고 申虎樹씨의 아버지 申正鶴씨(62),지난해 3월 광주에서 시위 도중 사망한 고 柳在乙씨의 아버지 柳成烈씨(52)도 농성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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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요구는 국무총리 산하에 ‘보상심의회’를 설치하고 ‘열사’들의 유죄 판결에 대해 특별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명예회복에 관해서는 법안이 상정돼 있지만 진상규명에 대한 입법 움직임은 없다.<張澤東 taecks@daehanmaeil.com>
1998-12-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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