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의 아름다움/崔一道 다일공동체 대표목사·시인(대한광장)

작은 것의 아름다움/崔一道 다일공동체 대표목사·시인(대한광장)

최일도 기자 기자
입력 1998-12-01 00:00
수정 1998-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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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짧은 문구가 이제는 지구촌을 순수하게 지켜내려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화두처럼 뿌리내리고 있다.인간과 자연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길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어가고 있다.그러나 현실이라는 이 척박한 땅을 딛고 서 있는 우리는 여전히 “큰 것이 성공이다”라는 흐름에 떠밀려서 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내게도 작은 것의 소중함을 잊고 살던 순간들이 있었다.청량리에서 병들어 쓰러져가는 거리의 천사들을 보면서,병원문턱이 높아서 치료 한번 변변히 받지 못한 영세민들의 상한 마음을 보면서 나는 눈물을 훔치며 울었었다.

○십시일반의 따뜻한 손길

‘왜 대기업에서는,정부에서는,큰 교회나 사찰에서는 이들을 위한 무료병원 하나 마련하지 못할까’하는 질문을 수시로 던졌던 것이다.그런데 나에게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진리의 위대함을 가르쳐준 사건이 생기고 말았다.환자를 병원에 업고 갔다가 거절당하고 돌아서서 사창가 한복판을 지나고 있을 때 사람들에게 죄인이라고 손가락질받는 윤락여성과 뚜쟁이와 포주들이 약값에 보태쓰라며 47만5,000원의 돈을 모아주었다.일부 부유층의 하루 저녁 술값도 안되는 이 돈이 ‘천사운동’의 불씨가 되었던 것이다.

그 사건으로 인해서 머릿속으로만 알고 있던 이 단순한 진리를 가슴으로 깨닫게 되었다.그리고 이런 고백을 하게 되었다.‘그래,이 일은 크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작지만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힘을 모으면 가능한 일이야’이때부터 천사운동이 시작되었다.5년전 일이었다.2년동안 1차 천사회원 1,004명이 모집되었고,1년후에 다시 2차 천사 2,004명이,그리고 1년이 지난 올해 3차 천사 3,004명이 모이게 되었다.그동안 몇 억을 기증하겠다는 기업도 있었고 몇만평의 땅을 기증하겠다는 독지가도 있었다.그러나 우리가 돌보아야 할 이웃에게 필요한 것은 돈이 먼저가 아니라 참사랑임을 알기에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택하지 않았다.상한 마음엔 사랑만이 약이기 때문이다.

천사헌금을 보내주신 분들 가운데는 노점상을 하면서 어렵게 살아가는 분도있다.어린이의 돼지저금통도 천사병원 건축의 기초가 되고 있다.또 세상을 떠난 부모님과 형제의 이름으로,비록 종교는 다르지만 함께 참여한 타종교인들,종교가 없다며 살며시 놓고간 손길들….실로 다양한 정성이 모아졌다.

○‘고통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거리에는 겨울의 찬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아마도 우리 모두는 전쟁이후 가장 추운 겨울을 올겨울에 맞이할지도 모른다.이 어려운 시절에 우리는 어떻게 겨울맞이를 해야 하는가?희망이 없다고 절망하는 실직자들과 그 가족들의 음성이 유난히도 크게 들려온다.더욱 슬픈 사실은 이런 고통의 소리에 귀를 막아버린 일부 부유층과 사회지도층의 무책임한 모습이다.

이 시대에 과연 희망이 있는지 알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최근 대광고등학교에 모인 삼천사(3,004)들의 사랑의 외침은 아직도 이 사회에는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인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 행렬은 끊이지 않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이 대열에는 키재기나 힘겨루기나 패가르기가 존재하지 않는다.서로를 세워주기 위해서 자신이 할수 있는 작은 것들을 내놓은 따뜻함이 있다.
1998-12-0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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