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바나나 수입 관련 美와 ‘무역전쟁’/아시아국가들도 “내정간섭 말라” 경고
‘미국 외교’가 곳곳에서 도전을 받고 있다. ‘람보식 파워’에 눌려 손을 들어주던 나라들이 이제는 사안에 따라 ‘아니다’라고 당당하게 밝힌다.
독일 게하르트 슈뢰더 정부는 23일 오는 12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각료회담에서 ‘선제 핵공격 포기’ 선언을 제안하기로 했다. 미국의 군사력 우위정책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역시 미국은 즉각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독일 정부도 완강했다. 미국의 정책이 탈냉전의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며 일축했다. 유럽연합(EU)도 독일을 거들고 나섰다. EU는 이에 앞서 바나나 수입과 관련,미국과 한바탕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는 터다.
아시아 국가들도 예전과 달라졌다. 대표 주자는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 23일 존 말롯 말레이시아 주재 미국 대사를 불러 “미국은 내정간섭 말라”고 준엄하게 경고했다. 17,18일 콸라룸푸르에서 있었던 아태경제협력체(APEC) 회담에 참석했던 앨 고어 미 부통령의 가시돋친 연설을 문제삼았다.
미국과 말레이시아의 갈등 구도에 싱가포르와 태국도 끼어 들었다. 마하티르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앨 고어 부통령의 발언과 언행이 있자 싱가포르와 태국이 즉각 마하티르를 두둔하고 나섰다. 고촉통(吳作棟) 싱가포르 총리와 수린 피추안 태국 총리는 상대국 감정을 자극하지 말라며 미국을 우회 비난했다.
최근 일본의 행보도 눈에 띈다. 일본 방문 중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경제회복 대책을 강화해 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했으나 내년 3월까지 추가 경기부양책은 없다고 그 자리에서 거절했다.
하나같이 예전 같으면 생각하지도 못했을 사례들이다. 물론 일시적일 수도 있지만 유럽연합의 등장 등 이제 미국도 각국의 입장을 먼저 고려해야 할 때가 왔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金奎煥 khkim@daehanmaeil.com>
‘미국 외교’가 곳곳에서 도전을 받고 있다. ‘람보식 파워’에 눌려 손을 들어주던 나라들이 이제는 사안에 따라 ‘아니다’라고 당당하게 밝힌다.
독일 게하르트 슈뢰더 정부는 23일 오는 12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각료회담에서 ‘선제 핵공격 포기’ 선언을 제안하기로 했다. 미국의 군사력 우위정책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역시 미국은 즉각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독일 정부도 완강했다. 미국의 정책이 탈냉전의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며 일축했다. 유럽연합(EU)도 독일을 거들고 나섰다. EU는 이에 앞서 바나나 수입과 관련,미국과 한바탕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는 터다.
아시아 국가들도 예전과 달라졌다. 대표 주자는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 23일 존 말롯 말레이시아 주재 미국 대사를 불러 “미국은 내정간섭 말라”고 준엄하게 경고했다. 17,18일 콸라룸푸르에서 있었던 아태경제협력체(APEC) 회담에 참석했던 앨 고어 미 부통령의 가시돋친 연설을 문제삼았다.
미국과 말레이시아의 갈등 구도에 싱가포르와 태국도 끼어 들었다. 마하티르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앨 고어 부통령의 발언과 언행이 있자 싱가포르와 태국이 즉각 마하티르를 두둔하고 나섰다. 고촉통(吳作棟) 싱가포르 총리와 수린 피추안 태국 총리는 상대국 감정을 자극하지 말라며 미국을 우회 비난했다.
최근 일본의 행보도 눈에 띈다. 일본 방문 중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경제회복 대책을 강화해 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했으나 내년 3월까지 추가 경기부양책은 없다고 그 자리에서 거절했다.
하나같이 예전 같으면 생각하지도 못했을 사례들이다. 물론 일시적일 수도 있지만 유럽연합의 등장 등 이제 미국도 각국의 입장을 먼저 고려해야 할 때가 왔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金奎煥 khkim@daehanmaeil.com>
1998-11-2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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