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출신의 사학자 千寬宇 선생은 ‘언관과 사관’이란 글에서 현대의 언론인은 왕조시대의 사관과 같다고 했다.
임금의 말 한마디로 생명이 좌우되기도 하는 시대,그 속에서도 할 말을 해야 하는 것이 언관의 책임이라는 것,그는 언관의 기개를 서거정(徐居正)의 말을 빌어 “항뇌정(抗雷霆) 도부월(蹈斧鉞) 이불사(而不辭)”(벼락이 떨어져도 목에 칼이 들어가도 서슴지 않는다)라고 썼다.
추상열일과 같은 언관의 기개다.조선왕조가 끊임없는 내우외환에 시달리면서도 500년 사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이같은 언관과 사관의 기개 때문이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들과 함께 역사를 쓰는 사가들의 기개 또한 대단하였다.단재 신채호 선생이 31세때인 1910년 국치 4개월 전에 안창호·이갑 등과 망명길을 떠나면서 가져간 책이 있다. 안정복(安鼎福)의 ‘동사강목(東史綱目)’필사본이다.
동사강목은 안정복이 22년간에 걸쳐 완성한 노작으로 단군조선부터 고려말까지를 다룬 실학기의 대표적 역사서다. 단재는 이 책을 짊어지고 고국을 떠나 만주·노령연해주·중국땅을 전전하면서 우리 고대유적과 유물,사서(史書)를 두루 섭렵했다.
단재는 이 책을 자료로 삼고 연구를 거듭하여 ‘조선상고사’와 ‘조선사연구초’등을 집필하였다. 안정복이 단재의 스승인 셈이다.
안정복은 ‘동사강목’에서 역사가의 중요한 원칙으로 ①계통을 밝힐 것 ②찬탄자와 반역자를 엄하게 평할 것 ③시비를 바르게 내릴 것 ④충절을 높이 평가할 것 ⑤법제를 상세히 살필 것을 들었다.
안정복의 다섯가지 원칙은 언론인이 지켜야 할 수칙이기도 하다. 오늘의 언론인은 어제의 언관이고 내일의 사관이기 때문이다.
언관이고 사관인 언론인은 모름지기 역사를 의식하면서 글을 쓰고 말을 해야 한다. 군사독재시절부터 길들여진 냉전논리와 수구세력과의 유착 커넥션에서 벗어나야 한다.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관계를 유지하며 젖어온 안보상업주의 멘탈리티를 깨뜨려야 한다.
남북이 차츰 화해와 교류의 물꼬를 트고 서유럽국가들의 정치이념 지도가 바뀌는 터에 냉전의식과 매카시즘으로 중세기적 마녀사냥을 계속할 수는 없는 것이다.
○히틀러 피아노 건반 언론
나치 선전상 괴벨스는 ‘앙그리프(Hangriff:공격)’란 신문을 창간하면서 “신문은 피아노 건반이다”고 썼다. 히틀러는 이를 받아서 “어떻게 치느냐에 따라 천국도 지옥으로 느끼게 하고 반대로 더없이 비참한 생활을 낙원으로 생각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언론은 나치즘적 언론관에서 진실을 왜곡하고 양심세력을 모해하는 글쓰기 행태를 지양해야 한다.
나치가 패망한 지 반세기도 더 지났는데 언제까지 ‘피아노 건반’식의 글쓰기를 한다면 언론인으로서 부끄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레이몽 아롱의 비판정신
‘지식인의 아편’을 쓴 레이몽 아롱은 지식인의 비판활동의 유형으로 기술적 비판, 논리적 비판, 이데올로기적 비판을 들면서, 어떤 유형의 비판활동이든 양심과 진실의 전제가 아니면 비판의 자격이 주어질 수 없다고 했다.
언론인과 지식인은 레이몽 아롱이 지적한 양비론의 기술적 비판이나 길들여진 냉전논리의 이데올로기적 비판을 지양하고 당당하게 시시비비를 가리는 논리적 비판정신을 따라야 한다.
개혁과 민족화해 ‘시대정신’으로 모아지는 때에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식의 언론활동은 이제 막을 내려야 한다.그리하여 선배 언관과 사관에 부끄럽지 않은 언론인으로 개혁과 민족화해의 선도자가 돼야 한다.<주필 kimsu@seoul.co.kr>
임금의 말 한마디로 생명이 좌우되기도 하는 시대,그 속에서도 할 말을 해야 하는 것이 언관의 책임이라는 것,그는 언관의 기개를 서거정(徐居正)의 말을 빌어 “항뇌정(抗雷霆) 도부월(蹈斧鉞) 이불사(而不辭)”(벼락이 떨어져도 목에 칼이 들어가도 서슴지 않는다)라고 썼다.
추상열일과 같은 언관의 기개다.조선왕조가 끊임없는 내우외환에 시달리면서도 500년 사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이같은 언관과 사관의 기개 때문이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들과 함께 역사를 쓰는 사가들의 기개 또한 대단하였다.단재 신채호 선생이 31세때인 1910년 국치 4개월 전에 안창호·이갑 등과 망명길을 떠나면서 가져간 책이 있다. 안정복(安鼎福)의 ‘동사강목(東史綱目)’필사본이다.
동사강목은 안정복이 22년간에 걸쳐 완성한 노작으로 단군조선부터 고려말까지를 다룬 실학기의 대표적 역사서다. 단재는 이 책을 짊어지고 고국을 떠나 만주·노령연해주·중국땅을 전전하면서 우리 고대유적과 유물,사서(史書)를 두루 섭렵했다.
단재는 이 책을 자료로 삼고 연구를 거듭하여 ‘조선상고사’와 ‘조선사연구초’등을 집필하였다. 안정복이 단재의 스승인 셈이다.
안정복은 ‘동사강목’에서 역사가의 중요한 원칙으로 ①계통을 밝힐 것 ②찬탄자와 반역자를 엄하게 평할 것 ③시비를 바르게 내릴 것 ④충절을 높이 평가할 것 ⑤법제를 상세히 살필 것을 들었다.
안정복의 다섯가지 원칙은 언론인이 지켜야 할 수칙이기도 하다. 오늘의 언론인은 어제의 언관이고 내일의 사관이기 때문이다.
언관이고 사관인 언론인은 모름지기 역사를 의식하면서 글을 쓰고 말을 해야 한다. 군사독재시절부터 길들여진 냉전논리와 수구세력과의 유착 커넥션에서 벗어나야 한다.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관계를 유지하며 젖어온 안보상업주의 멘탈리티를 깨뜨려야 한다.
남북이 차츰 화해와 교류의 물꼬를 트고 서유럽국가들의 정치이념 지도가 바뀌는 터에 냉전의식과 매카시즘으로 중세기적 마녀사냥을 계속할 수는 없는 것이다.
○히틀러 피아노 건반 언론
나치 선전상 괴벨스는 ‘앙그리프(Hangriff:공격)’란 신문을 창간하면서 “신문은 피아노 건반이다”고 썼다. 히틀러는 이를 받아서 “어떻게 치느냐에 따라 천국도 지옥으로 느끼게 하고 반대로 더없이 비참한 생활을 낙원으로 생각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언론은 나치즘적 언론관에서 진실을 왜곡하고 양심세력을 모해하는 글쓰기 행태를 지양해야 한다.
나치가 패망한 지 반세기도 더 지났는데 언제까지 ‘피아노 건반’식의 글쓰기를 한다면 언론인으로서 부끄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레이몽 아롱의 비판정신
‘지식인의 아편’을 쓴 레이몽 아롱은 지식인의 비판활동의 유형으로 기술적 비판, 논리적 비판, 이데올로기적 비판을 들면서, 어떤 유형의 비판활동이든 양심과 진실의 전제가 아니면 비판의 자격이 주어질 수 없다고 했다.
언론인과 지식인은 레이몽 아롱이 지적한 양비론의 기술적 비판이나 길들여진 냉전논리의 이데올로기적 비판을 지양하고 당당하게 시시비비를 가리는 논리적 비판정신을 따라야 한다.
개혁과 민족화해 ‘시대정신’으로 모아지는 때에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식의 언론활동은 이제 막을 내려야 한다.그리하여 선배 언관과 사관에 부끄럽지 않은 언론인으로 개혁과 민족화해의 선도자가 돼야 한다.<주필 kimsu@seoul.co.kr>
1998-11-0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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