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바로알기/김세중 국어연구원 학예연구관(굄돌)

한글 바로알기/김세중 국어연구원 학예연구관(굄돌)

김세중 기자 기자
입력 1998-10-20 00:00
수정 1998-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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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번의 한글날이 지나갔다. 기념식과 여러 가지 행사가 열렸다. 신문에도 한글과 관련한 사설이 실리고 여러 가지 보도가 잇따랐다. 한글과 우리말을 위해 남 모르게 애 쓴 이들의 선행도 이 때만은 크게 다루어진다. 늘 한글날 무렵에 일어나는 일이다. 그러나 이 날이 지나면 평상으로 돌아간다.

필자가 오래 전부터 소망해 오는 것이 있다. ‘한글’의 뜻만은 제대로 알고 썼으면 하는 것이다. 우선 한글을 우리말과 혼동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한글은 문자이고 우리말은 언어이다. 문자와 언어를 혼동하는 일이 참 비일비재하다. 세종대왕이 우리말을 만들었다고 믿는 사람마저 있다. 우리말은 세종대왕 이전 오랜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이 써 왔다.

요즘 자식을 낳고는 “한글 이름을 지어 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들이 많다. 순수한 우리말 이름인,‘아름’이나 ‘곱슬’과 같은 이름을 짓고 싶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응당 “고유어 이름을 지어 달라”고 부탁했어야 옳다. 순수한 우리 고유의 말이 고유어인데 이 말이 어려워서인지 ‘한글 이름’이라고 말한다. 정확한 표현이 물론 아니다. 고유어라는 말이 그렇게 어렵다면 “순우리말 이름을 지어달라”든지 “한글로만 적을 수 있는 이름을 지어 달라”고 풀어서 말했으면 좋겠다.

한글의 우수성에 대한 오해도 널리 퍼져 있다. 한글이 우수한 문자라는 자부심이 지나쳐서 새소리,바람소리는 물론이요,세계 어느 언어의 소리도 적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 한글은 분명 매우 과학적인 문자임에 틀림없지만 온세상 소리를 있는 그대로 적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글은 우리말,즉 국어의 소리를 정확히 적을 수 있는 문자이지 외국어를 적기 위한 도구는 아니다. 외국어를 온전히 적기 위해서는 우리가 쓰는 한글만으로는 부족하다. 새로운 글자를 자꾸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이미 한글이 아니다. ‘한글’을 바로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1998-10-2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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