主事의 두얼굴(민원공무원 비리 실태:1­2)

主事의 두얼굴(민원공무원 비리 실태:1­2)

박정현 기자 기자
입력 1998-10-17 00:00
수정 1998-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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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비리공무원 절반이 6·7급/대부분 박봉… 행정업무 수행엔 핵심/지역토호세력화 경향… 최근 파워 위축

200억원대의 재산을 형성한 전직 서울시 6급 주사(主事)와 박봉 속에서도 성실히 일하고 있는 대부분의 주사들.이런 모습이 주사들을 ‘두개의 얼굴’로 비치게 한다.

주사는 중앙부처에 2만1,000여명,지방에 3만9,000여명으로 모두 6만여명. 중하위 공직자의 핵심이다.하지만 그들의 실제 모습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吳錫弘 교수는 “간부직에 비해 중하위직 공무원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이에 대한 연구를 서둘러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중하위직 공직자 사정을 계기로 주사는 누구이고,어떤 일을 하고 있으며, 그들의 생활은 어떤지 등을 알아본다.

◇행정의 전문가=주사가 소속 기관의 행정 전문가라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공무원은 거의 없다.그들은 7급 주사보나 9급 서기보로 공직을 시작해 한부처에서 10∼20년씩 근무한 베테랑이기 때문이다.나이로는 30대 후반에서 40대 후반으로 의욕적으로 일할 나이이다.

서울시 S구청의 한 국장(서기관)은 “사무관인 과장이 기안 및 인력관리업무를 하는데 주사의 도움은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중앙부처의 주사는 대부분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갖고 있다.공무원 생활을 시작할 때 이미 대졸이었거나 고졸로 시작했더라도 야간대학이나 방송통신대학은 마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국무총리실의 S주사는 성취동기가 높은 편에 속한다.지난 70년대 말 9급으로 공직에 들어와 K대에 진학했다.학사장교로 군대를 마쳐 그는 고시출신들이나 갖는 예비역 중위의 군경력도 갖고 있다.

하지만 감사원이 지난해 징계 또는 문책을 요구한 비리공무원은 모두 851명.이 가운데 5급 이상 고급공무원이 318명이고 8·9급이 92명인데 비해 6·7급은 420명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감사원의 당국자는 대부분의 공무원 비리가 6·7급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는 까닭을 “권한은 많고 책임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부처 업무를 꿰뚫고 있는 전문성이 비리 소지를 안고 있다는 얘기다.즉 비리공직자들은 법 규정을 가능한 좁게 해석하고민원인에게 최대한 많은 피해가 돌아가도록 하는 방법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한 구청 사무관은 “민선 자치단체장 시대를 맞아 직원들이 한 곳에 장기간 근무하면서 지역 토호세력으로 자리잡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金正吉 행정자치부 장관이 저서 ‘공무원은 상전이 아니다’에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편한 직업으로 지목한 구청 계장이 바로 주사들이다.

◇사라지는 주사파워=‘내무부의 주사가 시골에 내려가면 도지사가 도의 경계까지 마중 나왔다’

‘중앙부처의 주사가 밤중에 도청에 전화를 걸어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 도청 국장이 밤새 야간열차 타고 올라와 아침이면 어김없이 책상에 올려다 놓았다’­옛 내무부(지금의 행정자치부) 출신 관리들이 시절좋았던 때를 회상하면서 들려주는,약간은 과장섞인 얘기들이다.

주사들이 행정을 좌지우지했던 이른바 ‘주사행정’ 시절이다.중앙부처의 한 국장급 공무원은 “70년대초 공무원생활 초기에 국장들이 과장들을 꾸지람하면서 ‘주사에게 일을 맡기지 말고 직접 하라’고 주문했을 정도였다”고 말한다.

시도 교육청을 관할했던 교육부는 옛 내무부와 함께 ‘주사행정’을 펼쳤던 대표적인 중앙부처로 꼽힌다.과천청사의 부처로는 현업부서가 있는 보건복지부,환경부,노동부 등이었다.주사행정은 역시 지방자치단체로 내려갈수록 위력적이었다.

계장을 맡고 있는 시·군·구의 주사들은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3∼4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업무분장권을 행사했다.직원들의 서류에 결재를 하고 결재서류를 들고 구청장이나 시장,군수와 직접 얼굴을 마주했다.하지만 주사행정은 옛말이 된지 오래다.

과천청사에서 근무하는 한 40대 후반의 사무관은 “공무원 공채가 적던 옛날에는 주사 중심의 행정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특히 올해 일선 구청의 계장 자리가 없어져 주사의 파워는 더욱 위축됐다.

공직사회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대국대과(大局大課)를 지향한 정부가 올들어 계장직을 없애고 담당제도로 바꾼 것이다.바꿔말하면 업무분장권도 사라지고 계원의 한 명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중앙 부처에서는 주사가 점차 줄어들어이제 ‘귀한’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국무총리실과 외교통상부같은 곳은 7∼9급은 찾아볼 수 없고 하급직원이라고는 6급 주사가 있다.

행정자치부는 정책부서에 걸맞게 중앙부처 하위 직원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지난 96년에 중하위직 공무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공직을 활성화하기 위해 6급 이하의 정원을 12%(826명)감축하는 대신 5급 사무관을 257명 늘렸다.국세청이 34명으로 가장 많이 감축됐고 철도청 31명,조달청 25명,내무부 및 검찰청 20명,국방부 19명 등의 순이다.

하지만 주사가 여전히 ‘힘’을 쓰는 곳도 남아있다.세무소의 출장소,농산물 검사소의 출장소,세관감시소 같은 곳의 관리 책임자는 주사이다.정부 세종로청사 우체국장 자리도 주사이고 전국에 이런 자리는 2,000여곳이 된다. 업무량과 비중을 감안하면 주사가 맡아도 되는 자리라는 게 행정자치부의 설명이다.<朴政賢 기자 jhpark@seoul.co.kr>

◎호칭 멋대로/“주사로 부르지 마세요”/“어감 안좋다” 불만… ‘선생’으로 불려/기초지자체선 7∼9급이 “주사”로 통칭

‘주사로 부르지마세요’

6급 주사들의 ‘이상한’ 주문이다.그들은 주사로 불리는 것을 결코 좋아하지 않는다.지방자치단체에서 중앙부처에 일을 보러 갔던 金모 서기관(42)은 6급 직원을 주사라고 불렀다가 당황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당사자가 드러내놓고 불쾌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주사는 ‘선생’으로 통한다.서울 세종로청사의 한 사무실에서 상급자가 주사를 부를 때는 이름 석자 뒤에 ‘선생’이나 ‘씨’라는 호칭을 붙여준다.동료들끼리는 ‘씨’라는 호칭보다 ‘선생’을 선호한다.주사를 선생이라고 부르는 것은 공직사회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세종로청사뿐 아니라 과천청사를 비롯한 중앙부처에서도 마찬가지이다.만약 민원인이나 외부인이 관청에 전화를 걸거나 찾아가서 6급 공무원에게 ‘X주사님’이라고 경칭을 쓰더라도 그들은 그리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X주사님’이라고 부르면 공직사회와 거의 접촉이 없는 사람으로 취급당할 수 있다.

주사들은 ‘주사’라는 호칭이 주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싫어한다.주사는 이제 하급 공무원의대명사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지방의 기초자치단체에서는 7∼9급 직원들을 모두 주사로 부른다.경기도의 한 군청 직원(9급)은 “7급 주사보,8급 서기,9급 서기보는 모두 주사로 불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부처의 한 과장(서기관)은 “주사는 사람을 비하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며 “하위 직원을 일컫는 표현이고 때로는 부정부패의 주범이라는 인식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서울 강서구청 J모 계장(주사)도 “주사라는 호칭은 어감도 좋지 않고 경직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불만스럽다”고 말했다.

계장직을 맡고 있는 기초자치단체의 주사는 ‘계장’ 호칭에 만족하고 ‘주사’라는 호칭을 하급 직원에게 물려준 셈이다.광역시에서는 ‘선생’이라는 표현을 하지 않고 대신 이름 석자 뒤에 ‘씨’를 붙인다.

이런 탓에 주사들이 계장으로 불릴 수 있는 기초자치단체 근무를 선호하는 경향이 생긴 것은 최근 일이다.행정자치부의 河모 사무관은 “주사들이 일선 시·군을 선호하고 있다”며 “중앙부처 근무자가 지방자치단체에 할애요청을 하는 경우가 적지않다”고 말했다.

할애 요청은 상대방 행정기관에 자신을 받아줄 용의가 있는지를 묻는 신청이다.河사무관은 앞으로 호칭 좋고 권한도 더 많은 시·군으로 옮아가려고 할애 요청을 하는 주사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환도 많다/비리터질때마다 ‘부패집단’ 매도 우려/급여 적어 생활 빠듯… 사회적 인정 원해

박봉에도 공무원으로서의 사명감을 갖고 묵묵히 일하는 주사들은 동료들의 비리사건이 밝혀질 때마다 안타깝다.마치 주사 전체가 비리집단으로 매도당할까 걱정스럽다.

자식들 보기가 민망스럽고 친구들과의 모임도 두렵다.K구청의 한 주사는 “솔직히 동창회에 나가 친한 친구들 만나는 일도 걱정”이라고 말했다.그는 “환경미화원이 대학생 아들과 바카스 한 병을 마실 수 있는 사회적인 인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불만은 월급.지난 74년부터 공직에 들어와 24년째 근무하고 있다는 한 주사(49)의 지난달 월급은 기본급 110만원.각종 수당을 합해 170만원. 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과 살기가 빠듯하고 일반기업체에 다니는 친구들에 비하면 형편 없이 적다고 불평한다.그는 월급이 올라야 사회적인 평가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회, 에너지산업발전 유공자 의장 표창 수여

김규남 서울시의회 의원(에너지전략특별위원장·송파1)은 에너지 산업 발전과 공익 증진에 기여한 유공자에게 서울시의회 의장 표창을 수여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표창은 에너지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하기 위한 것으로, 에너지 산업 분야 종사 전문가와 연구기관 종사자 등 전국 40여 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특히 에너지경제연구원 김기웅 팀장을 비롯한 소속 수상자들은 에너지 산업 전반에 대한 정책 연구와 분석을 수행하고, 대외협력 강화를 통해 에너지 산업 발전과 공익 증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또 한국수력원자력(주) 박범신 실장 등 에너지 산업 분야 종사 전문가들은 각 에너지 분야에서 오랜 기간 각자 자리에서 전문성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국가 에너지 안정과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날 표창 수여식에서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은 “에너지 산업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핵심 분야”라며 “현장과 연구 분야에서 전문성과 책임감으로 에너지산업 발전에 기여해 온 유공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축하의 말을 전했다. 한편, 서울시의회 의장은 서울특별시장과 같이 1000만 서울시민을 대표하는 장관급 대우를 받는 선출직 공직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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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살 안팎의 나이든 주사들은 때때로 고시나 7급시험을 거친 ‘새파란’ 사무관이 윗사람으로 와서 반말을 쓸 때면 서글퍼진다고 한다.
1998-10-1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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