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 탄식/“쥐꼬리 또 자르나”

공무원들 탄식/“쥐꼬리 또 자르나”

서동철 기자 기자
입력 1998-09-24 00:00
수정 1998-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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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봉급삭감 형식적’ 여론에 반론/총각들 “결혼도 포기해야 할판” 볼멘 소리/성과급 위해 근무성적 객관적 평가 요구

“각오는 했지만 정말로 또 깎인다고 생각하니 암담하다” 내년도 공무원 봉급을 연봉기준으로 4.5% 삭감하고,과장급 이하는 최고 200%까지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지난 21일 기획예산위원회 발표에 대한 공직사회의 반응이다. 사회 전체가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공무원들이 고통분담의 예외가 될 수 없다거나,보수를 더 깎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일반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공무원들이 걱정하는 목소리는 두가지다. “상위직은 그래도 먹고 살 만하겠지만 하위직은 생계비도 안될 것”이라는 하소연과 “성과급이 과연 공정하게 지급되겠느냐”는 우려가 그것이다.

행정자치부의 인터넷 홈페이지 ‘열린마당’에 글을 올린 한 공무원은 “도대체 9급 3호봉의 봉급이 얼마인지 아는가”라고 반문하면서 “부모가 돈없는 사람은 이제 공무원도 못하게 됐다”고 푸념했다. 다른 사람은 “한 선배는 내년에 장가가는 것을 포기해야겠다고 말하더라”면서 “나도 (결혼 연기하는 문제를)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푸념이 이어지자 대기업연구소에 근무하면서 공무원이 될 것을 생각하고 있다는 사람은 “공무원들 생각에는 대기업이 봉급이 많은 것 같지만 나는 대졸 7년차로 연봉이 1,940만원”이라면서 “정말 공무원 봉급이 적으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한 공무원은 “대졸 7년차와 비슷한 공무원 7급 7호봉은 당신보다 430만원 정도가 적다”면서 “웬만하면 현재의 직장에서 지내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성과급 도입에 대해 한 공무원은 “공무원의 근무성적이 객관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어떤 이는 200%,어떤 이는 100%를 받고,어떤 이는 아예 못받는다는 성과급은 공무원 사이에 불신을 초래할뿐 아니라, 공직 내부의 부정부패를 양산할지도 모른다”면서 재고(再考)를 요청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공무원 사회 내부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공무원은 “교육공무원 초봉은 일반직보다 보너스까지 포함하여 한달에 50만원 이상 차이가 나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데 정년은 또 왜 차이가 나느냐”고 일반직의 ‘상대적 빈곤’을 거론했다. 다른 하위직은 “지금 받고 있는 보수도 최저 생계비”라면서 “5급 이상의 판공비와 고위직의 차량유지비 등은 생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니 그런 예산을 먼저 줄여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徐東澈 기자 dcsuh@seoul.co.kr>
1998-09-2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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