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길을 나섰다가 혹 도깨비를 만나거든 겁먹지 말고 딴지부터 걸고 보라며 모친은 어린 자식들 뱃심을 키워주곤 했다. 단단하면 그게 개다리인즉 다른 다리를 야무지게 걸고 밀어뜨리면 반드시 넘어지는데,때를 놓치지 말고 ‘어부다’라고 외쳐야 도깨비가 다시 붙지 않는다 했다. 또 도깨비와 가까이 지내면서 얼굴이 차츰 도깨비를 닮아가는 사내 이야기는 당신에게 맹자왈쯤되는 교우론이었다. 숭(흉)한 것과 친하게 지내다보면 사람이 숭해져분다,잉.
2차대전 막바지,소련군대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도착해서 맨 먼저 한 일은 당연히 유대인들을 풀어주는 일이었다. 예기치 않게도 그날밤 석방된 사람 가운데 상당수가 다시 아우슈비츠로 돌아왔다. 오랜 수용생활이 빚어낸 비극적 증세였다.
이태 전,잉카의 마지막 황제 이름을 딴 게릴라 조직 투팍 아마루가 페루 주재 일본 대사관에 침투한 일은 두 가지 점에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최후의 순간까지 약속이나 한 듯 게릴라들은 끝내 단 한 사람의 인질도 해치지 않았다. 인질들 또한 잡혀 있는 동안은 물론풀려난 뒤에까지 투팍 아마루의 뜻을 지지했던 거다. 게릴라들의 뜻과 행동이 옳고그름을 떠나서,장시간을 같이 보내다보면 갇힌 자들이 가둔 자를 이해하고 동정하는 심리 현상이 일어난다고 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독재와 싸워오면서 좋잖은 증세들이 적잖이 내면화되고 말았다. 개발이나 발전구호 속에 길들여지고 더러 닮기도 했다. 갇힌 의식에서 종내 벗어나지 못하거나 노예근성에서 깨어나지 못한 부분도 있을지 모른다. 아직 쫓겨가지 않은 도깨비들이 이를 교묘히 파고들어 하는 선동일터이지만,얼핏 복잡하고 진척 없어 보이는 민주주의보다는 차라리 ‘건강한 독재’를 원하는 듯한 항간의 불온한 발상과 구체제를 찬미하는 억지는 자신들이 저지른 죄악의 고백이자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의 주술일 뿐이다.
역사에 반하는 이 파렴치를 잠재워야만 비로소 ‘어부다’라고 외칠 수 있음은 물론이다.
2차대전 막바지,소련군대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도착해서 맨 먼저 한 일은 당연히 유대인들을 풀어주는 일이었다. 예기치 않게도 그날밤 석방된 사람 가운데 상당수가 다시 아우슈비츠로 돌아왔다. 오랜 수용생활이 빚어낸 비극적 증세였다.
이태 전,잉카의 마지막 황제 이름을 딴 게릴라 조직 투팍 아마루가 페루 주재 일본 대사관에 침투한 일은 두 가지 점에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최후의 순간까지 약속이나 한 듯 게릴라들은 끝내 단 한 사람의 인질도 해치지 않았다. 인질들 또한 잡혀 있는 동안은 물론풀려난 뒤에까지 투팍 아마루의 뜻을 지지했던 거다. 게릴라들의 뜻과 행동이 옳고그름을 떠나서,장시간을 같이 보내다보면 갇힌 자들이 가둔 자를 이해하고 동정하는 심리 현상이 일어난다고 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독재와 싸워오면서 좋잖은 증세들이 적잖이 내면화되고 말았다. 개발이나 발전구호 속에 길들여지고 더러 닮기도 했다. 갇힌 의식에서 종내 벗어나지 못하거나 노예근성에서 깨어나지 못한 부분도 있을지 모른다. 아직 쫓겨가지 않은 도깨비들이 이를 교묘히 파고들어 하는 선동일터이지만,얼핏 복잡하고 진척 없어 보이는 민주주의보다는 차라리 ‘건강한 독재’를 원하는 듯한 항간의 불온한 발상과 구체제를 찬미하는 억지는 자신들이 저지른 죄악의 고백이자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의 주술일 뿐이다.
역사에 반하는 이 파렴치를 잠재워야만 비로소 ‘어부다’라고 외칠 수 있음은 물론이다.
1998-09-1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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