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와 불안의 시대’ 능력이 좌우(대전환 공직사회:1)

‘기회와 불안의 시대’ 능력이 좌우(대전환 공직사회:1)

서정아 기자 기자
입력 1998-09-02 00:00
수정 1998-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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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안부러운 보수 정년 사라져 경쟁·긴장/백화점 직원같이 친절/전문 지식은 교수처럼

공무원 사회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개혁의 중심에 서서 21세기를 맞는 새시대 공직상(像)정립을 위한 몸부림이다.조직과 제도의 개편에 걸맞는 개개인의 의식 변화 없이는 공무원도 더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도 여기저기 감지된다.서울신문은 전환기 공직사회의 현황과 문제점,향후 나아갈 방향 등을 시리즈로 진단한다.이번 시리즈를 위해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2∼9급 공무원 100명을 직접 인터뷰,현장의 목소리를 충실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했다.<편집자 주>

외교통상부의 통상담당 공무원 A서기관.12월이 다가올수록 불안하다.올해 업무는 그런 대로 해냈지만 국제변호사 출신 동료에 비하면 뒤떨어지는 기분이다.

이번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야 연봉도 오르고 2∼3년 내 부이사관으로 승진이 가능하다.그는 어려운 고시를 통과해 공직에 들어왔다.그러나 전문 지식으로 무장한 민간인 전문가에게 대응하기는 역부족이다.퇴근 후에 따로 업무관련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필수가 됐다.

종로구청 민원창구의 7급 공무원 C씨.민원인이 제출한 서류를 제때 처리하지 못해 아침에 한시간이나 일찍 출근했다.민원 데드라인을 지키기 위해서다.C씨는 요즘 목감기로 고생이다.하지만 민원인과 마주할 때는 미소를 잃지 않으려고 애쓴다.

옛날 같으면 지금 일을 3명이 맡았지만 지금은 혼자 모든 것을 처리해야 한다.이제 업무가 늘어나도 인원을 늘리지 않는다.구(區)예산이 제한돼있어 일이 많다고 증원하는 일은 드물다.

그러나 자신이 노력한 만큼,연봉이 올라 신나는 것도 사실.하위직 공무원의 박봉에 불만도 많았지만 지금은 대기업 회사원 부럽지 않은 연봉 덕분에 어디가도 당당하다.

행정자치부 B국장은 옛날이 그리울 때가 많다.때가 되면 승진하고 호봉이 오르던 ‘좋은’ 시절이었다.지금은 고급공무원단제도(SES)에 따라 연초에 자신이 제출한 업무계획에 대한 평가에 따라 재계약을 하느냐,물러나느냐가 판가름난다.평가를 나쁘게 받아 퇴출당하면 갈 곳이 없다.산하단체니 공기업들도 없어진지 오래다.

이상 세 공무원의 모습은 공공부문 개혁을 주도하는 기획예산위원회가 그리는 21세기 공무원상(像)이다.

위원회의 구상은 한마디로 ‘긴장하고 경쟁하는 공무원’으로 압축된다.위원회는 올해까지 공무원 개혁의 제도적 틀을 완성한 뒤 점차적이고 계속적으로 시행에 옮길 계획이다.

위원회의 청사진대로라면 2003년을 즈음한 시점의 공무원은 교수같은 전문적 지식을 갖추었으면서도 백화점 직원처럼 친절한 모습이다.

조직·인원의 대폭 감축과 공직사회 경쟁체제 도입이 이같은 개혁작업의 두 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를 통해 현재 55%에 육박하는 공공부문을 40% 이하로 떨어뜨리고 매년 부처의 시장성 테스트에 따라 정부조직을 계속 줄여나갈 계획이다.

특히 지방정부 조직의 대폭 감축과 함께 읍·면·동사무소의 전면 폐지 대신 지역마다 주민복지센터가 신설돼 민원업무를 한곳에서 처리한다.

또 공무원들에게는 목표관리제와 성과급제도가 실시되며 민간인들이 쉽게 공직사회에 들어올 수 있는 개방형 임용제도가 도입된다.매년 성과에 따라 계약을 체결하는 ‘고급공무원단제도’가 시행되고 사업성 정부조직은 책임경영기관(Agency)으로 지정된다.

공무원들의 임금은 생산성이 하락하는 50세 이후에는 생산성에 비례,임금도 하락하는 ‘임금피크제’,성과급이 주어지는 인센티브제 등이 실시된다.

이같은 청사진이 현실에 뿌리박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속적인 추진력에 대한 믿음을 줘야 한다.정권이 바뀌면 현정부의 개혁작업이 중단될 것이라는 안이한 발상을 차단하는 것이다.

또 공직사회 경쟁체제 정착을 위해서는 부처나 공무원의 평가가 절대적 기준이 되는 점을 감안,공정하고 합리적인 평가제도가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서툰 평가방식으로 평가제가 악용될 가능성을 최대한 예방하지 않고서는 ‘개악(改惡)’이 될 소지도 크기 때문이다.

기획예산위원회 南相德 공보관은 “이제 공무원의 정년시대는 끝났다고 보면 된다”면서 “능력있는 사람에게는 기회가,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불안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천년을 앞두고 자의든,타의든 변화의 물결을 헤쳐가는 공무원의 모습에서 한국사회의 방향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공직 개혁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공통된 시각이다.<徐晶娥 기자 seoa@seoul.co.kr>
1998-09-02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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