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승인 은행들 ‘죽을 맛’

조건부 승인 은행들 ‘죽을 맛’

오승호 기자 기자
입력 1998-07-22 00:00
수정 1998-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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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 교체·감원·외자유치 등 속앓이/정상화 이행계획 제출시한 임박 ‘초조’

조건부 승인 판정을 받은 7개 은행들은 요즘 ‘죽을 맛’이다.경영진의 대폭 교체와 인원 감축,외자유치 계획 등을 담은 이행계획서의 제출 시한(7월29일)이 다가오고 있으나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히 해결되는 것이 없어 속이 타고 있다.

◇조흥은행=10억달러의 외자유치를 추진 중이다. 외국투자자들은 이 은행을 정상 궤도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투자규모가 10억달러는 돼야 하며 이 중 5억달러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원화표시 채권(제로 쿠폰 본드)을 발행하면 정부가 인수주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부가 해결해 주지 않을 경우 나머지 5억달러도 투자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미국 투자자들은 조흥은행의 특화된 산매금융 등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부실여신 처리를 선결 과제로 꼽고 있다.

◇한일은행=정부가 배드뱅크(Bad Bank)에 2조원을 출자하는 것을 전제로 30억∼34억달러의 외자유치를 추진 중이다.청와대 관계자는 그러나 “정부가 출자할 경우 외국인투자자들은 금융개혁의 의지가 불투명한 것으로 받아들일수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상업은행=미국 보험사로부터 4억5,000만달러의 외자유치를 추진 중이나 투자액에 대한 일정 수익률을 이면계약으로 보장해줄 것을 요구받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이면계약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은행 임원은 “외자도입 조건을 강화시켜서 합병으로 몰고가는 분위기인 것 같다”며 “은행들도 대안이 없을 경우 강제 퇴출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차선책으로 자발적인 합병을 추진하는 것이 불가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인원감축 폭과 인원정리에 따른 퇴직 위로금의 문제 등도 이들 은행의 공통된 골칫거리다. 한 대형 은행 관계자는 “차라리 정부에서 가이드라인을 줬으면 작업하는데 편할 것”이라며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고 했다.

조흥은행을 제외한 다른 은행들은 퇴진시킬 임원도 고르지 못해 끙끙 앓고 있다.<吳承鎬 기자 osh@seoul.co.kr>
1998-07-2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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