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열망이 경제논리 이겼다/‘아래아한글’ 회생 배경과 과제

‘문화’ 열망이 경제논리 이겼다/‘아래아한글’ 회생 배경과 과제

박해옥 기자 기자
입력 1998-07-21 00:00
수정 1998-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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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아한글 살려야” 전국서 열화같은 후원/한컴도 국민­소비자 여망 외면못해/정품사용 늘지 않으면 또 위기올듯

아래아한글 회생에는 아래아한글이 갖는 상징성과 그에 따른 국민적 열망이 절대적으로 작용했다. 이화여대 석좌교수인 李御寧씨가 말했듯이 시장경제 원리보다는 문화원리가,생산자 원리보다는 소비자원리가 주효했다.

한글과컴퓨터가 보다 유리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제의를 거부하고 한글살리기운동본부의 제의를 받아들인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컴은 당초 李燦振 사장이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250억원을 받기로 MS와 합의했었다. 아래아한글을 포기한다는 것이 전제조건이었다.

그러나 한컴은 결국 李사장이 경영권을 포기하면서 운동본부로부터 100억원을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 여론이 경영논리와 외자 유치라는 국가적 당위성을 능가할 만큼 치열했기 때문이다. 우리말,특히 고어를 아래아한글만큼 정확히 표현해낼 대체 상품이 나오기 어렵다는 문화인들의 현실적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여론형성의 직접적 계기는한글살리기운동본부가 마련했다. 포스터 및 스티커가 뿌려졌고 아래아한글 지키기 홈페이지가 만들어졌다. 동호단체 사회 저명인사,연예인 등의 서명운동도 이어졌다.

후원하겠다는 기업도 하나 둘 나타났다. ‘콜라독립 815’를 생산하는 (주)범양식품은 광고와 후원금을 내겠다고 나섰고 (주)보험월드는 보험가입 수수료의 일부를 떼어내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아직 아래아한글이 완전히 살아났다고 말하기는 이르다. 우리의 왜곡된 시장 구도가 당장 개선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운동본부 측도 최악의 경우 한컴이 2∼3년 안에 도산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에서 정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20%선을 맴도는 현실을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와 공공단체가 정품 사용에 앞장서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새로 구성될 한컴 경영진도 이른 시일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마케팅 전략을 새로 짜야 할 것이다. 이들 앞에는 MS에 대한 적대감을 조장하지 않으면서 한글이 시장을 장악하도록 해야 하는힘겨운 과제가 놓여 있다.<朴海沃 기자 hop@seoul.co.kr>
1998-07-2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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