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금융 현실·해결 방안 “지상토론”(수출 이렇게 풀자:2­3)

수출금융 현실·해결 방안 “지상토론”(수출 이렇게 풀자:2­3)

입력 1998-07-13 00:00
수정 1998-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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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찾는 당국자 아무도 없다/기업 입장­정부는 중기 애로점 파악해야.장래성 있는 기업 대출 확대를/은행 입장­회계내용의 투명성 전재돼야 은행도 기업… 담보요구 불가피

수출기업들은 자금이 없다고 아우성이다.각종 정책지원이 이어지고는 여전히 ‘그림의 떡’이다.IMF여파에 따른 부동산 가격폭락으로 금융권의 담보요구를 따라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이들은 보다 현실성 있는 대책을 요구한다.반면 은행들은 대출 부실화를 우려해 대출에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며 난색이다.(주)삼부물산 金洛賢 사장과 외환은행 黃鶴中 심사부장을 통해 수출기업과 은행의 속사정을 들어봄으로써 수출지원금융의 막힌 곳을 뚫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본다.

▲金사장=10일 있었던 무역진흥대책회의에서 대기업이 여신한도,자금부족등으로 중소기업에 로컬L/C(신용장)를 개설하지 못할 경우 대기업이 발급한 구매승인서를 담보로 중소기업에 무역금융을 지원키로 한 것은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한다.

지금도 재무상태가 좋은 기업들에게는 대출이 많이 나가고 있다.그러나기술이 있고 사업성이 있는 기업들에게도 자금이 지원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일선 은행창구에서 규정 이외의 것은 융통성을 발휘해 소신껏 대출해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黃부장=우리 은행을 예로 들면 중소기업의 신용등급을 세 가지로 나눈다. A등급(우선지원기업)은 재무상태가 좋은 기업으로 신용평점이 60점 이상이다.60점 미만이라도 벤처기업이나 정부가 추천한 우수기업은 매달 선정해 관리하고 있다.그런 기업에 대출해 준 뒤 부실화돼도 면책해 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우량기업은 담보가 필요없다.

그러나 우량기업이 아닌 기업들은 회계내용의 투명성이 유지돼야 지원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신용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신용대출 위주로 할 수는 없지 않은가.

▲金사장=담보없는 회사일수록 자금난은 가중된다.때문에 정부의 수출기업 지원정책이 중소기업 위주로 바뀐다해도 중소기업 내에서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 현상만 심화시킨다.담보가 없는 수출기업의 경우에는 기업신용이나 현금흐름,향후 성장성 등을 심도있게 파악해서 정부가 보증해 줘야 한다.

수출증대의 당위성에는 누구나 공감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대안이 없다. 대통령께서도 행정규제 등과 관련해 ‘혁파’라는 표현을 한 적이 있다. 혁파라는 것은 가야할 목표인데 실제 현장에선 움직이질 않고 있다. 중소기업 하는 사람들 외국에 나가서 고생 많이 한다. 입맛이 안맞는 지역에 수출하기 위해 온갖 어려움을 무릎쓰고 뛰어 다닌다. 그러나 막상 수출주문을 받아 국내에 들어와봐야 자금이 없다. 무엇으로 제품을 만들어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다.

▲黃부장=현금흐름을 분석하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실제 여신심사에 활용하고 있다.현금 흐름이 정상인 회사에는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다.외환은행의 경우 경영자의 경영철학이나 사업전망과 같은 비(非)재무 항목에 40%, 재무항목에 60%의 비중을 두고 있다.우수 기업에는 물론 담보를 요구하지 않는다.재무상태가 시원치 않은 업체에만 담보를 요구한다.은행의 상업성 차원에서다.

▲金사장=시·도·구에서도 우수 기업체에 대한 자금지원책이 많이 있다. 관악구의 경우 5억원 한도로 중소기업에 지원해 주는 제도가 있다.그러나 구에서 승인받아 주거래은행에 들고 가면 은행이 담보를 요구한다.그래서 기업들은 담보가 없으면 은행대출이 불가능하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혀 있다.

사업을 하는 한 친구가 통신제품을 국산화했다.그러나 자금이 모자라 흑자 도산할 운명이다.일본 미쓰비시 등과 같은 큰 회사로부터 부품을 사오려 할 경우 L/C 개설 대신 전신환(현찰)송금을 요구한다.그러나 현찰을 확보하려면 5∼6개월이 걸린다.정보통신부에서 인증을 받는다해도 실제 돈이 나가는 곳은 은행이다.거래은행이든,정통부에서 지정한 은행이든 담보를 요구하기 때문에 난감하다.

친척이나 처가집,선·후배 등으로부터 담보 도움을 받으려 하지만 어려움이 많다.요즘은 부자간에도 돈 빌리기가 어렵다.은행은 담보가 없더라도 그 회사가 과연 성장성이 있는 지 여부를 평가해서 대출해 줘야 한다.신용장으로 수출금융을 해 준다는 것은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다.

▲黃부장=은행도 투명성을 요구받고 있다.IMF 체제 이후 우리나라 은행권의 재무제표를 외국금융기관들이 잘 수용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다.기업체가 대출받아 제때 갚지 못하면 그 대출은 ‘정상’이 아니기 때문에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은행으로서도 불이익이 크다.

▲金사장=기술이나 인력을 키우는 것은 중소기업인의 몫이다.그러나 자금 조달의 어려움은 중소기업이 풀 수 없는 부분이다.정책당국자나 언론 등에서는 총론적 얘기만 하지 말고 각론을 제시해달라.

지금까지 우리 회사 현장에 직접 나와서 애로사항을 듣는 정부 당국자는 아무도 없었다.세무서 직원이나 경찰 등이 업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조치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능사는 아니다.회사에 들어갈 수 있게 하는 대신 리포트(보고서)를 작성해서 내도록 하면 된다.그래야 그 회사의 애로가 뭔 지를 알 수 있다.

제도적 뒷받침이 안된 상태에서 무조건 은행 문을 열라고만 할 수 없다는 점도 잘 안다.은행장이나 점포장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대목도 있다. 각종 규정이 발목을 잡고 있다.예컨대 당국에서는 세관에 VIP룸을 둬서 바이어들과상담할 수 있게 했다.그런데 중간 기착지로 바이어들이 서울에 잠깐 들러 국내업자와 만나려면 짐을 받드시 끌어내야 한다.바어어의 발길을 막는 제도다.

▲黃부장=통관 문제 등을 얘기해 주셨는데,외환은행장은 얼마전 중소기업 고객과 상담한 적이 있다.고객들은 그 자리에서 경제관련 각종 자료를 은행을 통해서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환율이나 금리전망,동종업종에 대한 현황 등이 그 예다.그래서 우리 은행에서는 환은경제연구소에서 매달 나오는 분기별 금리 환율 등 국내 경제동향 자료를 중소기업에 제공하고 있다.

▲金사장=신용장 개설이 잘 안되는 것은 한도 문제 때문이다.가령 신용장 개설 한도가 10만달러라면 기업은 이를 결제하고 다시 신용장을 개설해야 하는데 자금과 담보가 모자라서 못하는 경우가 많다.문제의 핵심은 담보로 귀결된다.신용장 개설과 관련한 담보 정책을 달리 세워줬으면 한다.정책만을 제시하는데 그치지 말고 후속 대책을 빨리 내놓아야 한다.

지난 주 제시된 무역진흥대책도 실행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먼저 정책을 결정해 놓고 나중에 시행해 보고 역기능이 생기면 흐지브지하는 식이 되면 곤란하다.구매승인서만으로도 대출해 주도록 바꾸겠다고 했는데 세부지침이 나와야 한다.구매승인서 자체는 신용장이 아니기 때문에 은행에서 실무적으로 움직일 때에는 수출업체의 신용부문을 검증하려 할 것이다.

▲黃부장=어쨌든 중소기업이 신용장을 제시하면 수출보험공사가 전액 보증해 주도록 조치했기 때문에 희망적이다.총액한도 대출을 늘려서라도 무역금융 지원을 확대해 주겠다는 것은 바람직한 조치다.우리 은행은 중소 거래업체 고객과 상담을 많이 하고 있다.최근에도 은행장이 서울지역 5개 영업본부에서 5명씩 25명과 간담회를 가졌다.지레 겁먹고 중소기업이라고 은행을 피하면 안된다.<정리=吳承鎬 陳璟鎬 기자 osh@seoul.co.kr>
1998-07-1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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