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분의 1은 잡무처리 S중학교사의 한탄

하루 3분의 1은 잡무처리 S중학교사의 한탄

김환용 기자 기자
입력 1998-07-11 00:00
수정 1998-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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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아닌데… 오늘도 제자에 미안”/지자제이후 상급기관 자료요청 폭주/전화 놔두고 형식적 보고서 요구 분통/학생지도·교재연구 본업이 뒷전으로

서울 S중학교 영어 담당 金모교사(32)는 지난 3일 여느 때와 같이 상오 8시20분 교무실에 도착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金교사는 전날 끝난 기말고사 주관식 답안지를 채점했다. 바삐 손을 놀리던 金교사는 9시10분쯤 1교시 수업 시작을 알리는 벨소리를 듣고 허겁지겁 교실로 향했다. 수업을 마친 9시55분. 쉬는 시간 10분도 그는 자리에 붙어앉아 채점을 하는데 썼다. 2교시 수업을 마친 뒤 또 다시 10분간 채점.

3교시 수업을 끝내고 교무실로 돌아 온 金교사는 교감선생님에게서 공문서 한쪽을 전달받았다. 관할 교육구청에서 온 ‘일급 정교사 자격연수 추가 추천 요청서’였다. 문서를 받아 든 金교사의 표정에 짜증이 묻어난다. 보고 시한이 이날 하오 4시까지여서 보고서 작성을 방과후로 미룰 수도 없었다.

金교사가 공문서 회신 등 하루에 처리하는 잡무는 4∼5건이나 된다. 연초부터 연구부장의 잡무를 돕는 기획담당을 맡아 일반교사들보다 공문서를 작성하는 일이 더 늘었다.

더욱이 이번 요청은 추천 해당자가 없는 것이어서 더 그랬다.‘해당자 없음’ 보고서를 만들고 교장결재까지 받는데 30분 정도를 할애했다. “해당자가 없는 경우까지 보고서를 만들어야 되는 거야. 전화 한 통화로도 할 수 있을 텐데” 옆에서 지켜보던 동료 교사가 볼멘소리를 냈다.

낮 12시. 요즘 그에게 골칫거리인 하계방학 방과후 활동 반편성 작업을 시작했다. 각 학급에서 학생들이 낸 수강희망 과목을 받아 두 과목이상을 신청한 학생의 수강시간 중복이 없도록 반을 짜는 작업이다. 수업이 없는 4교시 1시간을 꼼짝없이 컴퓨터앞에서 보내야했다.

5교시 수업 30분전인 하오 1시가 돼 구내식당에서 허겁지겁 점심식사를 한 뒤 다시 수업에 들어갔다. 5교시 수업을 마친 뒤 수업이 비는 6교시 1시간동안 하다 만 채점작업을 재개했다. 이 날 마지막 수업인 7교시 수업을 마친 金교사의 얼굴엔 피로가 묻어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해야 할 과외업무가 남아있었다.

며칠 뒤 종합장학 지도를 위해 학교에 오는 장학관들에게 제출할 일정표와 수업 일람표를 만들고 시범수업지도안을 정리하는 일이었다. 각각 10부씩 만들어 10개의 대봉투에 나눠 담는데 1시간20분이 걸렸다.

金교사는 하루 4∼5시간 수업을 맡고 있다. 비는 시간을 합치면 2시간30분 정도. 그러나 과외일 3,4건을 처리하다 보면 이 시간도 모자란다. 이 날은 채점까지 겹쳐 더 숨가쁜 하루였다.

특히 교육활동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는 시간이 걸리는 통계자료를 화급하게 요구할 때. 얼마전 한 국회의원이 퇴학생 수와 학교 주변정화활동 내용 및 건수 등을 요청한 적이 있었다. 그것도 요청한 그 날 하오까지 보내 달라는 것이었다. 이 일때문에 그날은 수업시간을 늦춰야 했다. 지방자치제 실시이후 잡무는 더 늘어났단다. 교육청과 교육위원회는 물론 국회,시·도의회에서도 자료요청이 끊임이 없다. 최근 교총이 교사 8,06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잡무의 원인으로 불필요한 공문서처리(45.4%)와 함께 응답자의 16.3%가 국회 및 시·도의회,교육위원회의 자료요구를 꼽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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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교사는 잡무가 단순히 시간을 빼앗는 귀찮은 일이어서 싫은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문제는 학생지도나 교재연구 등의 본업이 뒷전으로 밀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30여명의 담임을 맡았던 지난해 학생들과 ‘계획된’ 면담을 한 것은 고작 두번. 그마저도 수박겉할기식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교사들을 잡무에서 해방시키려면 상급기관이 업적주의나 행정편의주의적 사고를 벗고 현장 중심으로 발상을 전환하는 길 밖에 없다”고 믿고 있다.<金煥龍 기자 dragonk@seoul.co.kr>
1998-07-1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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