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과 세금/李世基 논설위원(外言內言)

연예인과 세금/李世基 논설위원(外言內言)

이세기 기자 기자
입력 1998-07-08 00:00
수정 1998-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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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월급쟁이가 이렇게 한탄했다.“내 월급이 210만원인데 그중 50만원 가까이 갑근세 세금으로 원천 징수된다.그리고 나머지 160만원을 쓸 때도 부가세등 간접세를 문다”고 했다.택시 한 번만 타도 술 한 잔만 마셔도 통행세와 주세가 붙는다.세금은 정부가 자신을 보호해주는데 대한 당연한 대가이며 국민의 의무를 저버린다면 명백한 범죄다.

국세청이 발표한 탈세자 명단에 가요계를 대표하는 음반사 사장과 가수 김건모·신승훈이 포함되어 충격을 던지고 있다.10대의 우상으로 군림해온 이들은 지난 3년간 600만장에서 1,000만장의 음반판매고를 올렸다는 기록이다. 지난해 여름 사망 20주기를 맞은 엘비스 프레슬리가 단 5개월만에 1,000만장 이상의 음반을 판매한 것을 보면 3년동안의 1,000만장은 얼마든지 가능한 숫자다.문제는 ‘1백만장 돌파’를 대대적으로 선전해놓고는 소득신고를 할 때는 ‘복제음반’을 핑계삼아 세금을 포탈했다는 사실이다.실제로 가요계가 허위 영수증으로 가공 경비를 계상하거나 판매량을 줄여 부당이득익을 취해온 것은 공공연한 비밀로 되어있다.

하나의 스타가 만들어지는 것은 자신과 주변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다.더구나 스타는 공인일뿐만 아니라 대중의 선망을 한몸에 받는 몸이다.그런 스타가 음반이 팔렸다고 할 때는 수백만장을 흔들어 보이다가 세금을 낼 때는 가짜 백화점영수증을 제시한다면 여간 민망한 노릇이 아니다.절약해서 검소하게 사는 연예인도 있겠지만 한꺼번에 수천만원씩 받는 개런티때문에 연예인의 소득은 가난한 월급장이들에게 상실감과 낭패감을 주기 십상이다.청소년들에게도 연예인만 되면 쉽게 돈과 명성을 얻는다는 헛된 꿈을 줄 수 있다.

이번 탈세자 발표를 계기로 음반유통과정의 투명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연간 4,000억원으로 추산되는 세계의 음반시장에서 불공정 거래관행과 탈세가 판을 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연예인 자신도 어렵게 성취한 부와 명예를 하루아침에 추락시키는 일이 없도록 직업의식과 스타의 자존심으로 국민의 의무를 다하는 자세가 아쉽다.탈세한 1,000만장은 범죄다.국민의 의무를 다한 단 한장의 앨범은 스타의 긴명성을 지켜준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1998-07-0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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