土種브랜드 해태/禹弘濟 논설실장(外言內言)

土種브랜드 해태/禹弘濟 논설실장(外言內言)

우홍제 기자 기자
입력 1998-06-10 00:00
수정 1998-06-10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해태는 행복과 길운을 전하며 시비·선악을 판단함은 물론 화기(火氣)를 누르는 상상의 영물로 전해 진다.조선왕조의 정궁으로 임금이 정사를 돌보던 경복궁의 정문 광화문앞 양쪽에 해태상이 놓인 까닭도 백성들의 행복과 국정운영의 공정무사(公正無私)함을 빌던 선인들의 마음가짐에서 비롯된 것이다.또 이곳 해태상의 부릅 뜬 두 눈이 응시하는 곳은 관악산으로 이 산은 풍수지리상 능선이 활활 타오르는 화산(火山)이기 때문에 화기를 막기 위한 의도도 있었다고 한다.해태는 사람들이 다툴 때 옳지 않은 사람은 외뿔로 받는다해서 옛 중국과 우리나라 판관들의 관모와 흉배에 해태상을 수 놓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러한 해태가 우리에게 더욱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은 과자류 제조업체인 해태제과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1945년 해방과 함께 순수한 민족자본으로 성장하면서 국산과자의 대명사처럼 됐다.이 회사의 창업주도 이나라 어린이들이 올바른 가치관으로 행복하게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해태를 브랜드로 정했다고 한다.또 대부분의 50,60년대 장년층들은 해태카라멜의 맛을 아련한 향수로 간직하며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구멍가게에서 먼지를 뒤집어 쓴 왕사탕만 해도 눈이 번쩍 뜨이던 그 시절 입안에서 스르르 녹아 빨리 없어지는 게 아쉽기조차 했던 카라멜 맛이 코흘리개들에겐 가히 환상적이기도 했을 터이다.밀크카라멜에서 밀크(milk)의 일본식 발음인 ‘미루쿠’로 불리기도 했고 영어를 제대로 알 리없는 동네꼬마가 카라멜을 카메라로 잘못 말해 배꼽을 잡은 일들도 모두 해태가 토종(土種)브랜드로서 이 나라의 동심(童心)들과 함께 자랐기 때문일 게다.

지금 이 해태제과를 모태기업으로 한 해태그룹이 해체위기를 맞고 있다.채권은행단은 모든 계열사를 외국 유명식품회사등에 매각처분할 방침인가 하면 종합금융사를 비롯,제2·3금융권은 감자(減資)를 통한 대출채권의 출자전환으로 해태제과와 해태타이거즈만은 살리려 은행단측과 협상중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비록 그룹전체 자금난 여파로 부도는 났지만 해태제과는 한달 130억원의 이익을 내는 우량기업이어서 앞으로 부채상환에 어려움은없다는 것이다.외국제품 홍수속에서도 손색없는 국민의 기업으로 자라온 해태의 재기를 기대한다.

1998-06-10 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