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 키울줄 모를뿐… 인재는 있다(박갑천 칼럼)

찾아 키울줄 모를뿐… 인재는 있다(박갑천 칼럼)

박갑천 기자 기자
입력 1998-06-08 00:00
수정 1998-06-08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염거지감(鹽車之憾)이란 말이 있다. 賈誼가 억울하게 죽은 초(楚)나라 시인 굴원을 노래하는 시(弔屈原賦)에 나온다.유능한 사람이 때를 못얻어 아까운 재주 썩이며 사는걸 이르면서 쓴다.

하루에 천리를 달리는 명마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을때는 처량해진다.어느날 그 명마가 땀을 뻘뻘 흘리며 소금수레를 끌고 대행산(大行山)을 사리물며 오른다.마침 그곳을 지나던 백락(伯樂:말을 다스리는 별이름;말 감별하는 사람을 이름)이 이를 보고 놀라 자기옷을 벗어 입히면서 눈물 흘린다.“세상에 이럴수가….너에게 소금수레를 끌리다니”

이 광경을 표현한 <전국책>(戰國策·楚)의 글은 이렇다.“이때 천리마는 한숨 지으며 우러러 보고 운다.그 소리가 하늘까지 뻗치면서 금속이나 돌악기를 울린 것처럼 높은 것은 무슨 까닭이었을까.백락이 자기를 인정해 준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汗明이란 세객이 초나라 재상 春申君 만나게 된 것을 기뻐하며 자신을 그 천리마에 비유하고 있다.

“세상에 백락이 있은 다음에라야 천리마는 있는 법이다.천리마는 항상 있건만 백락은 항상 있지 않다…”.韓愈가 설파했던 유명한 말이다.인재는 언제 어디에고 있지만 인재임을 알아주는 백락은 그렇게 흔치 않음을 뜻한다.이같은 세상사를 두고 司馬遷은 <사기> 백이열전(伯夷列傳)에서 힘주어 말한다.“비록 백이숙제가 어질다해도 공자의 칭찬으로 해서 그 이름이 더욱 드러났다”고.顔淵 또한 그렇다.그는 학행에 독실하였으나 공자라는 준마꼬리에 붙었기에 그 덕행이 빛나게 됐던 것.그런 기회를 못얻어 이름없이 시들고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하는 것이 사마천의 탄식이었다.

스무남은살의 골프선수 박세리 아가씨가 LPGA우승으로 국내외의 화제를 모은다.누구는 박찬호의 15승에 견주는가 하면 누구는 월드컵 1승에 견주기도.그런가하면 삼성은 박선수가 달고 있는 로고로 해서 앞으로 10억달러 이상의 광고효과를 거둘거라는 말도 나온다.삼성은 그 박선수를 찾아내어 키우는데 그동안 30억원 가까이 쓴 것으로 알려져 있는 터.소금수레나 끄는 신세일수도 있었던 천리마 박선수는 자신을 알아준 백락에게 보답하고 있는 셈이다.

인재를 찾을 줄 아는 눈과 기를줄 아는 노력이 사회 각계로 번져나야겠다.더러 허방짚는 일이 어찌 없다고야 하겠는가.하지만 옥으로서 빛을 뿜게 될 때의 보람과 기쁨은 큰 것이거니.<칼럼니스트>
1998-06-08 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