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와 ‘육남매’/최은순 변호사(굄돌)

IMF와 ‘육남매’/최은순 변호사(굄돌)

최은순 기자 기자
입력 1998-06-01 00:00
수정 1998-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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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우리 가족과 친척들은 MBC­TV의 ‘육남매’라는 드라마를 즐겨 보았는데,근처에 사는 시댁 조카들이 드라마의 구걸장면을 흉내내어 온 집안을 떠들썩하게 만들곤 했다.그런데 몇일전 비슷한 실제상황이 벌어졌다.새벽녘 벨소리에 놀라 인터폰을 들었더니 상대는 “배가 고파 죽겠어요.밥 좀 주세요”라고 한다.너무 뜻밖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그냥 수화기를 내려놓고 말았다.거의 비슷한 때 지방에서 올라오게 된 남편은 서울역에서 모르는 사람이 따라와 택시 앞자리에 버티고 앉는 바람에 혼난 적이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이 한동안 거의 드라마에서만 보던 장면들을 실생활에서 맞닥뜨리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그런데 지금은 ‘육남매’의 시대적 배경인 60∼70년대와는 다른 세상이다.80년대까지만 해도 ‘3분의 2의 사회’라는 말이 유행하였다는데,우리도 80년대에는 모두가 이 ‘3분의 2’에 속하는 중산층이라고 생각했고 그만큼 소비수준도 높았다.이런 고도성장기를 거쳐 형성된 사회 구성원들의 정체성이,아무리 경제사정이 나빠졌다더라도 다시 옛날로 돌아갈 수는 없는 것이다.

서울역에 모여든 실직자들에게 무료급식을 한다는 소식이 들리고 정부가 생활지원자금을 어느정도 대출해 준다고도 한다.모두가 필요한 일이다.그러나 이런 대책들은 실업을 단기적인 이상현상으로 보아 도와주겠다는 시각이 깔려 있어 문제이다.실업은 개인의 무능 탓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위험이다.따라서 실업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도 이를 구조적인 문제로 인식하여 소화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그러려면 철저한 수익자부담 원칙으로 된 우리의 사회보장 제도를 고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혹자는 제대로 된 사회보장 제도를 갖추기에 현재 상황이 좋은 기회라고도 한다.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위기는 곧 찬스이기도 하다.하지만 이 얼마나 아이러니인가.

1998-06-0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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