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살리는 청소년으로/석지명 청계사주지(시론)

남을 살리는 청소년으로/석지명 청계사주지(시론)

석지명 기자 기자
입력 1998-03-24 00:00
수정 1998-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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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교육이 일탈 불러

살인할 것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연쇄적으로 사람을 참혹하게 죽이는 사건이 일본을 떠들썩하게 했었다.더욱 놀라운 일은 그 범인이 중학생이었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어이없는 사건들이 있었다.14세와 16세의 두 소년은 11세 된 초등학생을 화장실로 끌고 가 폭행해서 죽게 만들었다.특별한 이유는 없었다.단지 힘을 자랑해 보이기 위해서 였다.전자오락실에서 운전게임 놀이를 하던 한 초등학생은 실제로 운전을 하고 싶었다.남의차를 훔쳐서 몰고 다니면서 차량 4대를 들이 받았고 경찰을 피해서 곡예운전을 하며 도망치다가는 마침내는 경찰차까지 파손시켰다.또 있다.경춘선 열차의 탈선 사고는 중학교를 다니는 소년들이 철로에 돌을 올려놓아서 발생했다고 한다.그 이유 역시 기가 막힌다.오직 열차가 어찌 되는지 보고 싶은 호기심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왜 저 같은 청소년들이 생겨날까.부모들이 아이들을 지나치게 감싸고 기)를 살려주고,잘못된 가치관을 심어 주는데 주된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닐까.부모들의 한결같은소망은 아이들이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다.그래야 출세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리고 출세한 사람들을 보니겁 없이 덤비는 기백이 있다.내 자식도 남보다 더 높은 자리에 오르려면 기가 살아 있어야 할 것 같다.애들을 자세히 보살피기도 귀찮고,또 애들이 제멋대로 자라다 보면 남을 이기는 강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공부 잘해서 출세 길로 가게만 된다면 애들에게 파괴적인 면이 있더라고좋을 것 같다.

음악가,화가,시인이 각기 작품을 만들 때,당초 구상했던 대로만 되지 않는다.창작하다 보면 의외로 좋은 작품이 태어나기도 하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기가 강해야 좋은 영감이 떠오르고 그래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처음에는 실패작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세상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는 일도 많다.

○그들은 로봇이 아니다

공상 과학영화 가운데는 강대국의 정보기관에서 특수한 목적으로 스파이용의 강한 인조인간이나 전투용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 연구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있다.그 분야 전문 박사들이 실험하던중에 당초계획과 달리 잘못된 작품이 생겨난다.개발자의 통제를 받지 않는 불량 로봇은 사람을 죽이는 등 갖가지 사고를 일으킨다.

예술과 문학에서는 잘못된 작품과 과학연구에서의 잘못 만들어진 로봇이불량 창작품이라는 점에서는 같을 수 있지만 세상에 내어놓았을 때그 효과는 하늘과 땅처럼 다르다.예술 작품은 최소한 사람을 죽이거나 다치게 하지 않는다.그러나 통제가 안되는 로봇은 사람을 죽이고 세상을 파괴할수가 있다.

우리의 청소년 자녀들은 로봇이 아니다.우리는 군사용 로봇을 만드는 과학자도 아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공부 잘하고 남을 이기고 출세하기만 하면 된다고 교육받으며 살아온 아이들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저 영화의 잘못된 로봇보다도 더 아무런 죄의식 없이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보도에 의하면 서울의 강남,신촌,돈암동 등지에는 중고등학생인 청소년들만 전용으로 드나들 수 있는 나이트 클럽이 있다고 한다.그곳에서는 하룻밤술값으로 거액이 든다고 한다.나는 저 청소년들을 탓하고 싶지 않다.그들의기를꺾고 싶지도 않다.학생들이 남김없이 모범생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지도 않는다.노래하거나 춤추거나 놀거나 아무래도 좋다.단지 그들이 남을 살상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방생하는 사람으로 키워야

지금 세계는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대단히 발전되었다.그래도 아직 원시적인 것이 있다.상대를 이기려는 마음이다.이 승부심은 영원히 미숙한 상태로 남아 있을 것이다.그러나 청소년들이 경쟁심을 갖지 못하게 할수는 없다.하지만 그들에게 상대를 살상하지말고 이기라고 가르칠 수는 있다.

개인이나 사회의 평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사람은 누구든지 꺽을 수 있는힘을 가진 불량품 로봇이 아니다.남을 살리는 사람이다.방생하는 사람이다.우리는 저들을 방생인으로 키워야 한다.
1998-03-2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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