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인준 타협하라(김호준 정치평론)

총리 인준 타협하라(김호준 정치평론)

김호준 기자 기자
입력 1998-02-20 00:00
수정 1998-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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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모두 절박한 입지 타툼

새 정부 출범일이 다가오면서 ‘JP총리’ 인준문제를 둘러싼 정치권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거대 야당 한나라당은 ‘JP총리 반대’를 당론으로 굳힐 태세다.반면에 신여권은 “난국타개에 야당이 협조해야 한다”고 한나라당을 압박하며 ‘JP총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타협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여야는 새 대통령 취임일인 오는 25일 국회에서 이 문제를 놓고 격돌할 판이다.만일 국회가 JP총리 임명안을 거부한다면 정치권은 물론 온 나라가 엄청난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다.

신여권은 ‘JP 총리’는 지난 12·18 대선에서 이미 국민동의를 받은 것이라고 주장한다.DJP 공동집권을 대선 최대공약으로 내걸어 승리했기 때문에 JP총리 임명동의는 국민의 뜻이라는 것이다.그러니 야당은 군소리 말고 JP총리 임명안을 지지하라는 것이다.아니면 각개격파하겠다는 것이 신여권의 으름장이다.

물론 한나라당측 입장은 그게 아니다.‘JP총리’는 DJP의 내부합의일 뿐 존중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더구나 3김청산을 대선공약으로 내건한나라당이 IMF 시대에 역행하는 구태의연한 ‘JP총리’를 어떻게 인정할 수가 있겠느냐는 것이다.한나라당의 대통령제 고수 입장도 내각제 추진공약을 내건 JP를 거부하는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 헌정사를 돌아보면 총리가 국회에서 인준을 거부당한 사례가 몇차례 있었다.하지만 그 파장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총리는 2인자인 때문에 임명안이 부결되면 제2,제3의 대안을 내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이다.그러나 이번엔 사정이 다르다.

‘JP총리’가 거부될 경우 대통령만 있고 총리와 내각은 없는 기형적인 정부가 일시 존재하는 것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새 정권은 DJ와 JP의 공동정권이다.‘JP총리’는 대통령의 일방적 지시를 받는 ‘대독 총리’가 아니라 독자적 정치세력을 대표하는 파트너이다.공동정권의 한 축인 JP가 무너지면 DJ의 국정운영이 심각한 타격을 받는 것은 물론 정권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사정이 절박하기는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물론 이 경우는 역의 상황이다.JP총리의 등장은 한나라당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있다.지금 구여권에선 신여권으로 이적하려는 사람이 적지 않다.다만 국민회의로 바로 가기엔 정서가 맞지 않아 주저하고 있을 뿐이라고 한다.그런 참에 JP총리가 등장하면 때를 만났다는 듯 자민련행이 밀물을 이룰 것이란 전망이다.특히 충청권과 TK지역의 동요가 심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JP총리’인준문제는 단순히 총리로서의 적격여부를 확인하는 통과의례가 아니다.여야 모두에게 사활적 문제가 걸린 입지 다툼이라고 보아야 한다.부결되면 DJP 정권이 흔들리고,통과되면 한나라당이 와해위기에 몰리는 제로섬 게임과도 같은 것이다.따라서 이 문제는 우리가 다당제를 인정하는 한 여야 모두의 입지와 공존을 보장하는 바탕에서 원만한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지금은 ‘IMF 해법’ 찾을때

특히 지금은 오직 ‘IMF 체제’극복에 국력을 결집할 때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강력하게 형성돼 있는 때다.이런 국난극복의 뜨거운 의지 때문에 한국은 국제사회로부터도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고있다.만일 여야가 대결정치의 재연으로 이 분위기를 깨뜨린다면 그처럼 망국적인 행위도 없을 것이다.정치권은 경제난 타개에 모아진 국민 의지를 손상시키는 일이 없도록 신중하게 행동할 때다.그러자면 우선 정치권의 최대현안인 ‘JP총리’문제를 격돌없이 처리하는 지혜부터 발휘해야 할 것이다.

‘JP총리’문제의 원만한 해법으로는 다음 두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첫째,JP의 초대 총리직 사양이다.물론 그 대안은 한나라당이 수용할 수 있는 자민련 인사라야 할 것이다.그래야 DJP의 약속도 지켜지고 새 정부의 출범도 순조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그리고 앞으로 정계개편이 자연스럽게 진행돼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다수당으로 부상하면 그때 JP를 총리로 옹립하라는 것이다.그러나 이 방안은,국민회의와 자민련이 과연 다수당이 될지도 두고 볼 일이려니와 당사자인 JP가 그럴 뜻이 없고 신여권도 이미 ‘JP총리’임명 강행방침을 굳혔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내각제 유보’ 천명 고려를

둘째는,DJ가 “JP총리’임명과 내각제 추진은 무관하다”고 내각제 유보를 천명하는 것이다.DJ의 진의가 무엇이든 많은 사람들에게 JP총리 임명은 지난 대선때 DJT연합이 공약한 내각제 개헌으로 가는 수순으로 받아들여 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일 지금 내각제 개헌론이 부상하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는가.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정치권은 금방 격렬한 찬반공방과 어수선한 이합집산으로 벌집 쑤셔놓은듯 혼란에 휩싸일 것이 분명하다.또 DJ는 취임초부터 레임덕 현상에 부딪칠지 모른다.이렇게 되면 정치안정과 국민화합을 전제로 한 IMF체제 극복노력은 내부적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내각제 추진 유보는 한나라당에 대해 입장선회의 명분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난국타개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고려할 만한 대안이라고 하겠다.이런 대안이 성립하려면 한나라당도 ‘JP총리 반대’를 경직된 당론으로 굳히는 일은 피해야 할 것이다.
1998-02-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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