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연체/양해영 논설위원(외언내언)

신용카드 연체/양해영 논설위원(외언내언)

양해영 기자 기자
입력 1998-01-15 00:00
수정 1998-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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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건 직불카드건 미국에서 카드없이 생활하기란 여간한 고역이 아니다. 장거리여행때 어쩌다 하나씩 있는 주유소에서는 카드로만 기름을 파는 경우가 많다.현금만 있으면 만사형통으로 믿었다가는 자칫 오도가도 못할 처지에 빠지기 십상이다.

백화점같은 곳에서 다소 값나가는 물건을 살때 카드나 개인수표가 아닌 현금으로 결제할 경우는 더욱 곤혹스럽다. 불과 몇백달러라도 현금으로 내밀 경우 마치 죄인이나 되듯 이리저리 뜯어보는 것 같은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신용불량자에 대해서는 카드발급이 일정기간 엄격히 제한되고 있기 때문에 카드로 구입을 못할 정도라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미국이 철저한 신용사회라는 것은 다 아는 일이다. 경제활동에서 뿐만아니라 일반사회생활에서도 철저한 믿음이 바탕에 깔려있다. 그러나 그 신용을 한번이라도 무너뜨릴 경우 냉엄한 신용보복을 당한다. 그런 의미에서 카드없는 사람은 신용추락자로 간주되는 관습이 깊게 배어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한파와 관련,신용추락자가 무더기로 발생하고 있다고한다. 신용카드 불량거래가 증가하면서 연체대금 청구소송이 폭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용카드대금연체로 수도권지역에서만 월 1천여건의 대금청구소송이 제기되고 있다. 신용카드 연체액만 1조원가까이 되고 신용불량자가 2백11만명에 이른다. 불과 3개월 사이에 34만명이 증가된 숫자다. 연이은 도산과 갑작스런 실직등 불가피한 사유도 적지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신용추락은 신용을 너무가볍게 생각해온 우리의 관행이 비합리적이고 방만한 소비행태와 어울려 만든 합작품으로 볼수 밖에 없다.

법원은 최근 카드연체를 사기죄라고 판정했지만 범죄행위 이전에 도덕적타락이고 신용사회의 근간을 허문다는 차원에서 준엄한 응징을 필요로한다고 본다. 우리가 지금 겪고있는 고통도 신용문제에서 시작된 점에서 국가나 개인이나 가장 소중히 해야할 것은 신용인 것이다. 차제에 위기극복과 함께 신용사회구축을 위한 확고한 기초도 다져야 하겠다.

1998-01-1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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