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와 공약/임영숙 논설위원(외언내언)

여성계와 공약/임영숙 논설위원(외언내언)

임영숙 기자 기자
입력 1998-01-12 00:00
수정 1998-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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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당선자의 여성관련 공약이 공약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가 해서 여성계가 우려하고 있다.

최근 행정쇄신위원회가 내놓은 정부조직 개편안에 여성부 신설이 무산되고 기존의 정무2장관실마저 폐지돼 총무처로 통합되는 것에 불만인 것이다. 정부 주요 결정직에 여성을 25% 이상 할당하겠다던 약속과 달리 대통령직인수위원회,정부조직개편위원회,비상경제대책위원회 등 3개위원회 위원 50여명중 여성이 단 2명 포함된 것도 못마땅해 한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를 비롯,여성단체들은 여성부 신설과 여성할당제 실시를 촉구하는 건의서를 최근 김당선자에게 보내는 한편 앞으로 여성계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경우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 나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여성계 입장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절실한 것이다. 지난해 유엔개발계획(UNDP)이 각국 여성의 전문직 종사율과 국회의원 수를 바탕으로 산정한 평가에 따르면 한국여성의 권한척도(GEM)는 94개 조사대상국 중 73위에 불과하다. 현재한국의 여성국회의원 비율은 세계 94위 수준이다.

가장 진취적인 여성정책을 제시해왔고 부인 이희호 여사와 나란히 문패를 내건 김당선자에 대한 여성계의 기대가 컸던만큼 실망도 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으며 온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부 신설을 요구하는 것은 ‘세상물정 모르는 여성들의 한가한 투정’으로 비칠 수도 있다. 또 김당선자의 공약은 여성부를 신설하거나 대통령직속 여성특별위원회를 설치한다는 것이었다. 두 가지 모두가 아니라 둘 중 하나만 주겠다는 공약이었다.

실제로 여성부 신설은 상징적 효과는 있겠지만 구체적인 여성권익 향상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여성문제를 고립화시킬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이 여성계에서도 이미 논의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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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거품을 걷어 내야할 시점에서 모양새만 좋은 여성부신설을 여성운동 차원에서 주장하기 보다는 여성특별위원회를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챙기도록 촉구하는 쪽이 더 실속있는 일이 아닐까.
1998-01-1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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