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 쓰기 11년 39살 주부의 ‘온고지신’

가계부 쓰기 11년 39살 주부의 ‘온고지신’

김경운 기자 기자
입력 1997-12-27 00:00
수정 1997-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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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주름’ 절약으로 편다/고정수입에 물가 올라 실임금 30% 줄어/외식은 사양… 찬거리 사러 재개시장에/적금 계속 적립하려 남편용돈 절반 삭감/승용차 세워두고 대중교통이용 생활화

결혼한 지 11년이 지난 주부 박정민씨(39·서울 중랑구 묵1동신내두산아파트 518동)의 마음은 연말연시를 맞아 천금만금 무겁기만 하다.

‘IMF 한파’가 들이닥치면서 각오는 했지만 치솟는 물가로 가계부의 주름이 나날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물가상승과 임금동결 등으로 가계당 실질소득이 30% 가량 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고 보면 두렵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박씨 가족은 대기업 간부인 남편과(41),아들(10) 딸(1) 등 모두 4식구.

결혼 이후 11년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가계부를 쓰면서 알뜰살림을 꾸려왔다.주변에서 지나치다고 여길 만큼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애를 썼다.

식단은 철저히 계절식품으로만 짰다.백화점이나 슈퍼마켓보다는 재래시장을 이용했고 옷은 백화점 세일기간에 장만했다.구두가 오래 가도록 두 켤레를 마련해 번갈아 신었다.박씨는 “시장에 가기 전에 무슨 음식을 만들겠다고 생각하지 않고 현장에서 유난히 싼 반찬거리를 사 음식을 만드는 방법으로 식비를 줄여왔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요즘의 물가 오름세를 보노라면 이 정도로도 부족하다는 것이 박씨의 생각이다.

결국 남편과 상의한 끝에 용돈,부식비,군것질 비용 등 씀씀이를 절반으로 줄이기로 결정했다.승용차도 가능하면 세워두고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기로 했다.

박씨의 88년 12월 가계부에 나타난 생필품 물가는 요즘과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당시 양배추는 1통에 350원(현재 1천300원),버섯 500원(2천원),갈치 1천원(7천원),짜장면 두 그릇 2천원(5천원),쇠고기 1근 3천원(1만2천원),콩나물 200원(1천원),파와 시금치는 430원(대파 1단 1천원)이었다.

한달 신문값은 2천800원에서 8천원으로,병원의 감기 치료비는 1천500원에서 5천원으로 올랐다.

88년 12월 부식비는 4만9천430원이었지만 지금은 8배 이상 많은 41만원선에 이른다.남편의 월급은 당시 51만원에서 1백79만원으로 올랐다.

그러나 매달 들어가는 고정비용이 녹녹치 않다.결혼 이후 지금까지 매달 8만여원을 보험료로 납부해 온데다 별도로 45만원을 적금으로 붓고 있다.남편의 1800㏄ 자동차 기름값으로 12만원 가량이 들어간다.

내년 12월에는 오랜 전세생활을 끝내고 아파트에 입주할 예정이지만 5번 남은 중도금 불입이 힘에 겹기만 하다고 털어놓았다.

박씨는 “10여년 동안 몸에 밴 절약 습관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면 위기를 넘길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새해 가계부를 쓰다듬었다.

한편 한국소비생활연구원이 서울시내 가정주부 473명을 대상으로 얼마전 실시한 ‘IMF시대의 소비실태 조사’에 따르면 84.1%인 398명이 이전에 비해 소비생활이 바뀌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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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긴축하는 소비생활 품목은 외식비가 69.8%로 가장 많고 식료품비 41.5%,의복·신발비 36.7%,사교육비 26.6%,용돈 24.6%의 순이다.<김경운 기자>
1997-12-2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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