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을 안정시키려면(최택만 경제평론)

환율을 안정시키려면(최택만 경제평론)

최택만 기자 기자
입력 1997-12-11 00:00
수정 1997-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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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과의 협정에 따라 앞으로 3년간 5백50억달러의 외채를 빌려 오기로 결정되었는데도 환율이 급등을 지속하다가 10일 외환시장에서 거래가 중단되는 사태가 재연됐다.IMF와의 협상이 끝난 다음날부터 안정세를 보였던 원-달러환율이 8일부터 연 사흘째 상한선까지 폭등,10일에는시장개장 40분만에 중단되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달러당 환율은 지난 3일동안 무려 345원이나 급등했다.올들어 지난 8일까지 376원이 오른 것과 비교하면 3일간 상승폭은 엄청난 것이다.지난달 19일까지는 하루 환율변동폭이 전일대비 상하 2.25%로 한정되었다가 20일부터 상하 10%로 확대되자 최근 며칠간에는 환율이 하루 80원까지 오르는 사태가 벌어졌다.

○가용외환 부족이 큰 원인

IMF와 협상이 끝나면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예측됐던 환율이 다시 폭등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한국은행의 가용외환보유고가 12월2일 현재 60억달러에 불과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부터다.가용외환보유고란 한국은행이 갖고 있는 외화 중 비상시 언제든지 현금화가 가능한 외화자산을 말한다.

정부가 그동안 발표한 외환보유고는 한국은행이 국내은행 해외지점에 예치한 달러를 포함시켰다.그러나 국내은행 해외지점들이 한은 예치금을 빚갚는데 써버렸기 때문에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다.한국은행은 10월말 외환보유고가 3백5억달러에 달한다고 발표했으나 가용외환은 2백25억달러,11월 25일에는 1백8억달러로 줄었고 IMF의 긴급금융이 결정된 다음날인 4일은 50억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은행들이 갚아야 할 단기외채가 매일 8억∼10억달러에 달하고 있기 때문에 협정이 체결되지 않았으면 5∼6일후에는 ‘국가부도’가 날뻔했다.다행히 협정이 체결됐지만 환율이 계속 폭등하고 있는 것은 연내 상환해야할 외채에 비해 가용외환이 충분치 못한데 있다.

한국은행이 가용외환 부족으로 외환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외화를 공급해주지 못함으로써 환율이 폭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환율폭등을 막으려면 IMF가 연내 주기로한 긴급 금융지원규모를 늘리는 길이 최선이다.IMF는 연내 한국에 90억달러를 지원해주기로 했다.

○긴급지원 금융규모 늘려야

정부는 IMF로부터 내년 2월말까지 받기로한 긴급지원금융규모(1백20억달러)를 연내 모두 받을수 있도록 협조 요청하는 것이 시급하다.IMF로부터 지원이 어렵다면 미국과 일본에 협력을 요청,지원을 받는 방안을 모색해야할 것이다.재정경제원은 현재 외환시장 동향으로 미뤄 볼 때 연내 상환해야 할 외환수요액을 잘못 추정한 것으로 보인다.

또 국책은행 등 국내은행은 IMF의 긴급 금융지원을 계기로 한국의 대외 신인도가 약간씩 호전되고 있으므로 외국은행을 상대로 한 외화차입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수출입은행이 9개 미국·유럽계 은행으로부터 1년만기 2억달러의 대출을 받기로 했고 조흥은행 도쿄지점이 독일계인 웨스트 도이치 란데스방크로부터 8백만달러을 신규차입키로 한 것은 국내은행의 대외신인도가 점차 회복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청신호로 볼 수 있다.

산업은행도 미국의 모건은행을 주간사로 해서 외국보험사·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로 부터 사채를 발행하는 형식으로 20억달러를 차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시중은행은 아직은 신규차입이 어렵다면 상환이 도래하는 차입금만이라도 연장,외환수요를 최대한 줄여야 할 것이다.

○대외신인도 제고도 병행

국내 외환시장의 당장 급한 불을 끄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한국의 대외신인도를 높이는 일이다.한국은행은 외환보유고 등 외환통계와 은행의 자산건전성 유무를 판단하는 각종 자료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각고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선진국 금융감독기관들은 감독을 경영지도 중심으로 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 감독기관은 부정이나 비리를 적발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만일 재경원이나 은행감독원이 종금사와 은행의 건전성을 고려하여 외화의 단기차입을 억제했다면 오늘과 같은 ‘국가부도’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단기부채비중이 전체 외채의 60%에 달하고 있는데도 이를 규제하지 않은 것은 중대한 과오였다.

○단기외채 최대한 축소를

현재의 외환시장 마비현상은 올 연말과 연초만 잘 넘기면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그러므로 당국은 외화가 실수요자에게 돌아가도록 감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동시에 각 금융기관은 단기외채를 최대한 줄여 나가야할 것이다.단기외채를 빌려다 장기투자용으로 돌린 점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

환율을 궁극적으로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달러의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야 한다.외화를 아껴쓰는 것은 수요를 줄이는 길이고 수출을 늘리는 것은 공급을 늘리는 길이다.외화의 실수요자인 기업과 국민이 이번 외환위기를 교훈삼아 외화의 귀중함을 일깨워야 할 것이다.기업은 수출을 늘려 귀중한 달러를 벌어들이는데 열중하고 국민은 1달러도 아끼는 풍토를 정착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사빈논설위원>
1997-12-1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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