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 재개 제의 등 한국측 대응 주목
김일성 사후 3년3개월을 거쳐 지난 10월8일 김정일이 간신히 북한 노동당 총비서에 취임함에 따라 김정일 체제와 북한의 미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정일의 이번 총비서 취임은 ‘만3년’의 복상기간이 끝나 국내적으로 더이상 취임을 늦출 구실이 없다는 점,최고지도자의 부재가 대외적으로 여러가지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12월 한국 대통령 선거 이전에 정식으로 당총비서에 취임해 내년 이후의 남북관계 타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점등이 그 주요한 이유일 것이다.또 내년 이후 보다 적절한 취임시기가 온다는 보장도 없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첫 권력 세습이라는 논평도 있지만 80년대 후반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이라는 유기체적 국가론이 출현한 이후 북한은 마르크스 레닌주의적인 사회주의 국가는 아니게 됐다.오히려 김일성 사후의 ‘(수령) 영생론’에 따라서 북한은 의사 종교국가로 변질돼 갔다.최고지도자의 생사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것은 이데올로기 활동이 아니라 종교활동이라고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북한이라는 국가의 최대의 특징이 ‘정치 체제와 경제 체제의 비대칭성’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북한 경제가 대단히 취약해 이미 파탄했다는데 대해서는 모든 사람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그렇다면 왜 그 국가체제는 옛소련이나 동유럽 여러나라처럼 붕괴하지 않는 것인가.경제체제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강인한 정치체제가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외교의 유연성이 유지될 수 있었기 때문은 아닌가.바꿔 말하면 김일성이나 김정일을 정점(교조)으로 하는 종교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정치체제의 존재가 경제체제의 파탄을 떠받쳐온 것이다.
다만 필자도 북한의 정치체제가 만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경제 파탄과 식량위기가 장기화하면 머지않아 경제위기가 정치위기로 전환되지 않을수 없을 것이다.이번 김정일의 당총비서 취임에 있어서도 이와같은 조짐이 몇가지 나타나고 있다.
○북 경제재건 급선무
예를 들면 김정일의 총비서 취임의 절차는 상당히 변칙적인 것이었다.9월 하순의 평안남도 당대표회와당 인민군 대표회의 결의 이후 그 밖의 당조직의 대표회가 차례차례 열려 김정일을 총비서로 ‘추대’했지만 중앙 차원의 당대표자 회의가 열렸다는 흔적은 없다.중역과 지점장으로부터 위임장을 받아 그대로 이사에 취임한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이러한 변칙적인 절차가 취해졌다는 것은 권력투쟁 때문이 아니라 모든 당조직의 일치된 추대를 필요로 하면서도 당대표자 회의를 개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이를 개최하면 김정일 자신이 활동보고를 담당하지 않을수 없지만 심각한 경제정세를 하나하나 보고하는 것도,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방침을 제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경제적 어려움이 총비서 취임의 절차를 왜곡시키고 만 것이다.
따라서 총비서에 취임한 김정일로서 경제 재건이야말로 급무다.그러나 외부로부터의 자본과 기술의 도입,즉 경제개방 없이는 이것도 불가능하다.따라서 앞으로 김정일이 우선 노력할 것은 폐쇄적인 대외관계 특히 북·일관계를 타개해 경제의 대외개방이 가능하도록 국제관계를 정비하는 일일 것이다.이것 없이는 새로운경제 계획의 발표도,북한의 ‘살아남기’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올해 8월,9월에 뉴욕에서 열린 4자회담 예비회담도,같은 8월에 열린 북·일 교섭재개를 위한 예비회담도 김정일 총비서 취임과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향후 2∼3년이 중요
특히 북한의 대일자세는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일본정부에 의한 인도적 식량지원 결정에 이어 앞으로 일본인 처의 고향방문,여당 3당대표단의 평양방문 등도 잇따라 실현될 듯하다.그렇게 되면 북·일교섭 재개도 시간문제가 된다.사실 7월 문명자(미국에 있는 한국언론인)씨에 보낸 공개서한과 8월의 논문 가운데 김정일 자신이 ‘일본과의 선린우호관계’에 기대를 표명해놓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관심의 초점은 북한측이 언제 남북대화의 재개를 제의하는가이다.한국으로서는 4자회담 본회의에 응하지 않은채 북한이 북·일교섭을 재개한다든지,중국 정상과의 상호방문을 실현한다든지,북·미교섭을 진척시키려는 사태도 예상하지 않으면 안되지만 그 이상 중요한 것이 남북대화 재개 가능성이다.내년 2월 이후 그밖의 일련의 외교를 추진해 나가면서 북한이 남북대화를 제의할 경우 한국의 새 정권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북한으로서는 앞으로 2,3년간이 장래를 결정하는 기로가 될 것이다.김정일이 대외관계를 타개하면서 파탄된 경제를 재건의 궤도에 올려 놓는데 성공하면 남북한은 상당기간 공존을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이에 실패하면 경제적인 파탄이 이윽고 정치 체제의 불안정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그렇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신의 명확한 의사 결정이다.<일 게이오대 교수>
김일성 사후 3년3개월을 거쳐 지난 10월8일 김정일이 간신히 북한 노동당 총비서에 취임함에 따라 김정일 체제와 북한의 미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정일의 이번 총비서 취임은 ‘만3년’의 복상기간이 끝나 국내적으로 더이상 취임을 늦출 구실이 없다는 점,최고지도자의 부재가 대외적으로 여러가지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12월 한국 대통령 선거 이전에 정식으로 당총비서에 취임해 내년 이후의 남북관계 타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점등이 그 주요한 이유일 것이다.또 내년 이후 보다 적절한 취임시기가 온다는 보장도 없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첫 권력 세습이라는 논평도 있지만 80년대 후반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이라는 유기체적 국가론이 출현한 이후 북한은 마르크스 레닌주의적인 사회주의 국가는 아니게 됐다.오히려 김일성 사후의 ‘(수령) 영생론’에 따라서 북한은 의사 종교국가로 변질돼 갔다.최고지도자의 생사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것은 이데올로기 활동이 아니라 종교활동이라고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북한이라는 국가의 최대의 특징이 ‘정치 체제와 경제 체제의 비대칭성’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북한 경제가 대단히 취약해 이미 파탄했다는데 대해서는 모든 사람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그렇다면 왜 그 국가체제는 옛소련이나 동유럽 여러나라처럼 붕괴하지 않는 것인가.경제체제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강인한 정치체제가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외교의 유연성이 유지될 수 있었기 때문은 아닌가.바꿔 말하면 김일성이나 김정일을 정점(교조)으로 하는 종교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정치체제의 존재가 경제체제의 파탄을 떠받쳐온 것이다.
다만 필자도 북한의 정치체제가 만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경제 파탄과 식량위기가 장기화하면 머지않아 경제위기가 정치위기로 전환되지 않을수 없을 것이다.이번 김정일의 당총비서 취임에 있어서도 이와같은 조짐이 몇가지 나타나고 있다.
○북 경제재건 급선무
예를 들면 김정일의 총비서 취임의 절차는 상당히 변칙적인 것이었다.9월 하순의 평안남도 당대표회와당 인민군 대표회의 결의 이후 그 밖의 당조직의 대표회가 차례차례 열려 김정일을 총비서로 ‘추대’했지만 중앙 차원의 당대표자 회의가 열렸다는 흔적은 없다.중역과 지점장으로부터 위임장을 받아 그대로 이사에 취임한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이러한 변칙적인 절차가 취해졌다는 것은 권력투쟁 때문이 아니라 모든 당조직의 일치된 추대를 필요로 하면서도 당대표자 회의를 개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이를 개최하면 김정일 자신이 활동보고를 담당하지 않을수 없지만 심각한 경제정세를 하나하나 보고하는 것도,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방침을 제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경제적 어려움이 총비서 취임의 절차를 왜곡시키고 만 것이다.
따라서 총비서에 취임한 김정일로서 경제 재건이야말로 급무다.그러나 외부로부터의 자본과 기술의 도입,즉 경제개방 없이는 이것도 불가능하다.따라서 앞으로 김정일이 우선 노력할 것은 폐쇄적인 대외관계 특히 북·일관계를 타개해 경제의 대외개방이 가능하도록 국제관계를 정비하는 일일 것이다.이것 없이는 새로운경제 계획의 발표도,북한의 ‘살아남기’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올해 8월,9월에 뉴욕에서 열린 4자회담 예비회담도,같은 8월에 열린 북·일 교섭재개를 위한 예비회담도 김정일 총비서 취임과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향후 2∼3년이 중요
특히 북한의 대일자세는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일본정부에 의한 인도적 식량지원 결정에 이어 앞으로 일본인 처의 고향방문,여당 3당대표단의 평양방문 등도 잇따라 실현될 듯하다.그렇게 되면 북·일교섭 재개도 시간문제가 된다.사실 7월 문명자(미국에 있는 한국언론인)씨에 보낸 공개서한과 8월의 논문 가운데 김정일 자신이 ‘일본과의 선린우호관계’에 기대를 표명해놓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관심의 초점은 북한측이 언제 남북대화의 재개를 제의하는가이다.한국으로서는 4자회담 본회의에 응하지 않은채 북한이 북·일교섭을 재개한다든지,중국 정상과의 상호방문을 실현한다든지,북·미교섭을 진척시키려는 사태도 예상하지 않으면 안되지만 그 이상 중요한 것이 남북대화 재개 가능성이다.내년 2월 이후 그밖의 일련의 외교를 추진해 나가면서 북한이 남북대화를 제의할 경우 한국의 새 정권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북한으로서는 앞으로 2,3년간이 장래를 결정하는 기로가 될 것이다.김정일이 대외관계를 타개하면서 파탄된 경제를 재건의 궤도에 올려 놓는데 성공하면 남북한은 상당기간 공존을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이에 실패하면 경제적인 파탄이 이윽고 정치 체제의 불안정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그렇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신의 명확한 의사 결정이다.<일 게이오대 교수>
1997-10-2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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