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휴전’…대선이후 운명 판가름/기아그룹 화의신청 의미와 전망

일단‘휴전’…대선이후 운명 판가름/기아그룹 화의신청 의미와 전망

오승호 기자 기자
입력 1997-09-23 00:00
수정 1997-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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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금융권 부채 많아 정상화 한계 판단/채권단측 ‘울며 겨자먹기’로 수용할 듯

기아그룹이 화의신청으로 김선홍 회장을 퇴진시키려던 채권단과 정부를 굴복시켰다.

채권단과 기아의 싸움은 화의조건을 논의하게 되는 화의절차개시때까지(통상 3개월 이상 소요) 부도유예협약의 연장과 비슷한 ‘휴전’의 양상을 띠게됐다.그러나 손익을 따진다면 새 대통령이 선출된 이후 김회장의 진퇴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길을 확보한 기아가 좀 더 이익이다.정치권으로서도 현안에 대해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모험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정부와 채권단은 감정의 골에도 불구하고 김회장의 경영권을 보장해주는 화의신청을 용인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동의해주는 방법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시피 하기 때문이다.동의하지 않을 경우 기아는 바로 부도­법정관리의 길을 걷게 되지만 무한부도와 실직자 양산을 가져올 이같은 선택은,특히 대선정국아래서는,사실상 봉쇄 돼있다고 봐야하기 때문이다.이같은 상황때문에 집권여당 역시 기아 처리를 대선이후로 미루는 화의에 동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아사태는 사태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가지 정치·경제·사회적 여건으로 인해 채권단이 계속해 수세적 입장에서 협상을 꾸려가야하는 특이한 사건이다.

최악의 불황이 계속되고 있고,대통령선거가 3개월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와 채권단이 취할수 있는 기아대책은 뚜렷한 한계를 지닐수 밖에 없었다.기아는 이같은 상황을 김회장의 경영권유지에 적절하게 활용해 온 측면이 있다.아시아자동차의 공장이 광주에 있다는 점등도 채권단의 운신폭을 제한했다.기아가 버티기로 나섬에 따라 오히려 시간에 쫓긴 것은 정부와 채권단이었다.이에따라 지난주 채권단은 ‘기아자동차의 무조건 정상화’카드를 제시하기에 이른다.그러나 이때도 채권단은 김회장의 사퇴는 관철시킨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었다.

채권단을 기아자동차만의 무조건 정상화에서 다시 화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수 없도록 몰아간 것은 기아가 제3금융권에서 발생시킨 8천억원 수준의 부채와 기아자동차의 대규모 지급보증으로 이해되고 있다.제3금융권이 채권유예에 동의해야하고,나머지 계열사가 부도처리돼도 막대한 지급보증으로 기아자동차의 정상화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다.그렇다고 이를 막아줄 무제한의 자금지원을 할 수도 없고,기아그룹 전체를 매각하거나 부도를 낼수도 없는 상황에서 정부와 채권단은 기아문제를 몇달뒤에 재논의하자는 화의신청을 지켜볼 수 밖에 없게 된것이다.

내년이후 기아와 채권단은 화의조건 협상에서 김회장의 거취문제와 다른 계열사의 처분문제,이자율등에서 치열한 다툼을 전개하게 된다.물론 이같은 다툼에서는 방향타를 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고,정부가 어떤 입장을 가질지는 12월 대통령선거의 결과와 직접 연관돼 있다.김회장으로서는 자신의 경영권유지를 약속했던 이회창 대표가 대통령이 돼도 좋고,정서적으로 공감대가 많은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가 대통령이 돼도 좋다.어떤 경우에도 지금보다는 유리한 입장에서 자신과 그룹의 거취문제를 다루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

결과적으로 부도유예협약은 부실기업처리에서 정부와 채권단의 손발을묶어버리고 행동의 적기를 놓치도록 만든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김영만 기자>
1997-09-2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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