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를 악수로 만든건 누구인가(박갑천 칼럼)

약수를 악수로 만든건 누구인가(박갑천 칼럼)

박갑천 기자 기자
입력 1997-08-30 00:00
수정 1997-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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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금수강산은 산자수명이라는 말로 표현되었다.아름다운 산에 맑은 물.중국사람 시에 “고려나라에 태어나서 금강산 보기를 원한다”는 구절이 있다지만(이수광의 〈지봉유설〉:지리부등)그게 어찌 금강산뿐이랴.그 고운산들이 낳는 맑은 물은 마실때 약이 되는 것들이 적지 않았다.그래서 전국에는 여기저기 약수터가 전해 내려온다.

그 가운데는 초정(후추우물)이란 것도 있다.〈지봉유설〉은 광주와 청안것이 유명하다고 적어 놓았다.해마다 7∼8월이면 물에 후추기운이 돌면서 몹시 매워진다는 것.병든 사람이 이를 마시고 목욕하면 신기한 효험이 나타난다고 했다.〈의감〉 등에 냉천이라 하는것이 바로 이 후추우물인 바 그것은 우물아래 백반이 깔려있어서 그렇다고 풀이한다.

김정국은 풍한병을 앓아왔는데 청주의 후추우물에 가서 마시고 목욕하여 효과를 보았노라고 그의 〈사재척언〉에 써놓고 있다.그러면서 목욕하는 방법을 몰라 자주 한것이 해가 되기도 하고 목욕철이 안맞거나 금기하는 음식을 잘못먹음으로써 오히려 병을 더쳐 죽을수도 있다고덧붙인다.그는 그곳에 후추우물 이용법을 써두고 온다.

이런 특수한 물이 아니더라도 아침 일찍 일어나 뒷산 약수터물을 마시노라면 온몸이 개운해짐을 느낀다.어젯밤에 떠죽거리며 마셔댄 술기운도 말끔히 씻어내는 듯하고.한데 그런 약수터물이 차츰 약수아닌 ‘악수’로 돼간다.자동차매연에 폐기물오염 등 각종공해 때문이다.특히 대도시주변 약수일수록 더 그렇다.얼마전 서울시 언저리 약수터물들을 조사했는데 21.8%가 마시면 안되는걸로 나타났다지 않던가.약은커녕 질병을 일으킬 물이라는 것이었다.

김명희 서울시의원, 강북구 대한병원교차로 ‘좌회전 신호’ 체계 변경 예정지 현장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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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죄 남 안준다”고 했다.“죄는 지은데로 가고 물은 트는데로 흐른다”는 속담과 같다.제가 지은 죄만큼 벌을 받는다는 뜻이다.‘약수’를 ‘악수’로 만든건 누구인가.시퉁머리터진 우리들 자신이 아닌가.옛날 공자가 도천의 물을 안마신건 이름이 나빠서였을뿐 오늘의 우리 ‘악수’같은건 아니었다.이제 우리는 산자수명이 낳은 천혜를 스스로 망가뜨려 ‘현대의 도천’으로 만들고 있잖은가.“죄를 하늘에 짓게 되면 빌곳이 없느니라”(〈명심보감〉)고 했던 것인데.마침내 물을 못마셔 목이 타고서야 ‘죄’를 느끼고 야비다리쳐 봤자 “때는 늦으리”.〈칼럼니스트〉

1997-08-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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