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현대미술의 단면/박경미 국제화랑 디렉터(굄돌)

중국 현대미술의 단면/박경미 국제화랑 디렉터(굄돌)

박경미 기자 기자
입력 1997-08-11 00:00
수정 1997-08-11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지금 경주의 선재미술관에서는 중국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대규모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한 4년 만에 가족과 함께 다시 찾은 아름다운 고도 경주에서 이번에 감상할 수 있었던 ‘중국 현대미술의 단면’전은 이어지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전환의 시대상을 또 다른 각도에서 느끼게 해준 인상적인 전시였다.

자유경제 체제의 도입과 문호개방 이후 엄청난 속도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중국이라는 나라의 젊은 예술가들의 작업 속에 나타나는 사회적·문화적 비전이 몹시 궁금했던 나는 이번에 소개된 작품을 통해 앞으로의 중국이 꿈꾸는 미래를 읽을수 있을 것만 같았다.10인의 젊은 중국작가들이 펼쳐보이는 이 전시회 작품들은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설치·회화·비디오 작업 등 모두가 서구 현대미술 어법의 직접적인 차용이라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지만 이에 담긴 목소리는 서구의 그것이 결코 아닌 중국인 특유의 여유로움과 자신감에 바탕한 것이었다.대륙적 기질을 그대로 보여주는 이들의 스케일 큰 설치 작업이나 거침없는붓질의 회화작업들 속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앞으로 열릴 세계를 향한 발걸음의 깊이 있고도 속도감 있는 내디딤인데,전통한자들을 모두 틀리게 작가 손수 각인하여 프린트한 책들을 대규모로 늘어놓은 작업이라든가 세계인의 머리카락들을 무수하게 섞어놓은 설치 작업등은 기존 가치관에 대한 부정및 새 질서에 입각한 세계 문화의 구축과 화합을 꿈꾸는 그들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즉 회의와 불안의 그림자를 감추지 않으면서도 매우 적절한 직설과 은유를 바탕으로,이들이 작품을 통해 군더더기 없이 제시하는 세계관은 전통의 붕괴를 재빨리 딛고 일어서서 범세계인들의 문화를 새로운 형태로 품에 껴안으려는 긍정적 의지와 일치하는 것이다.문호의 개방과 자본주의 경제의 활성화로 불불기 시작한 중국사회의 힘찬 미래 지향적 에너지가 지금 대륙 동쪽의 아주 조용하고 아름다운 한국의 옛도시에 위치한 한 현대적 미술관내에도 넘쳐흐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1997-08-11 1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결혼식 생략? '노웨딩'에 대한 여러분 생각은?
비용 문제 등으로 결혼식을 생략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노웨딩에 대한 여러분은 생각은?
1. 결혼식 굳이 안해도 된다.
2. 결혼식 꼭 해야 한다.
-->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