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어디있니” 목멘 절규/KAL기 추락 참사­유족들 현장방문

“얘야 어디있니” 목멘 절규/KAL기 추락 참사­유족들 현장방문

입력 1997-08-10 00:00
수정 1997-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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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해더미에 국화 한송이… 마지막 인사

낯선 ‘니미츠힐’은 또 다시 눈물바다로 바뀌었다.

9일 하오 2시30분쯤 대한항공 801편이 추락한 괌 니미츠 힐 사고 현장.희생자 유족들은 사고발생 나흘만에 ‘혹시나 살아있을지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슴에 안고 ‘비극의 계곡’을 찾았다.

사고수습에 방해가 된다며 현장 접근을 막았던 미국 당국이 ‘최후의 현장을 반드시 봐야겠다’는 유족들의 요청을 마지못해 받아들인 것이다.

유족들은 참혹한 사고기 잔해가 가까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15명씩 번갈아 올랐다.

“얘야,그 속에 있니,어디에 있니.말이라도 좀 해보렴” “이걸로 마지막이란 말이냐,이걸로…”

피붙이와의 생전 인연을 되돌아보고 명복을 빌기에 10분은 너무 짧았다.유족들은 무덥고 습한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부모 형제 자식이 유명을 달리한 계곡을 바라보며 목을 놓아 오열했다.

유족들은 고국에서 가져간 희생자의 유품들을 하얀 국화송이와 함께 던지며 이별을 고했다.

“왜 전에는 현장에 접근을 못하게 했어요” “폭발로 난불을 늦게 꺼서 살 수 있는 사람도 못 구한게 아닌가요”

통한의 언덕을 다녀온 유족들은 미 당국이 마련한 응답 시간에 그동안의 울분을 털어 놓았다.

그러나 답변은 “우리로서는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는 것이었다.

유족들은 미 당국이 건네준 잔해더미 주변의 잿가루와 흙을 담은 종이컵에 만족해야 했다.

분향소가 차려진 퍼시픽스타호텔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는 유족들의 흐느낌이 그칠줄 몰랐다.<괌=특별취재반>
1997-08-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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